[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잇단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년 중으로 북과 대화를 희망한다” “평양 방문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 남북대화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는 제재만으론 해결이 안된다”고 말로 대화 목적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도 이전에 해왔던 방식”이라며 미국의 입장 변화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아마 김정은도 그런 길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 점은 우리가 대화를 해 봐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북핵 문제를 위한 대화를 주도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언급,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추진되어야한다”면서도 “이제는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날의 경험을 되돌아보더라도 한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 남북관계도 훨씬 평화로웠고 미국과 북한관계도 훨씬 부담이 적었다”는 말로 북핵 문제 해결에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 정권에서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기조 하에 북한과 아무런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듯이, 우리 대한민국 정부도 북한에 대해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북한 핵·미사일이 해결되지 못하고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는 현실”이라며 한미 양국 모두 이전 정부가 해온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체제와 김정은정권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일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구축되고, 미국과 북한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아마 김정은도 그런 길을 외면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지만, 속으로는 간절히 바라는 바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어쨌든 그 점은 우리가 대화를 해 봐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 30일(현지시간)까지 이틀에 걸쳐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연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발표할 예정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어떻게 비합리적인 정권의 지도자와 함께 무릎을 맞대고 대화를 하실 수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서 해 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고, ‘전임자들이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생각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우리가 그 목표에 가까워졌던 적이 있었다. (이는) 저의 일방적인 구상이 아니라 과거에 미국도 해왔었던 구상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되살리자고 말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네, 기회가 된다면”이라고 답해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서 이뤄져야한다. 한국과 북한과의 대화, 또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는 서로 병행해 나가면서 역할 분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도 성공하지 못했고, 한국의 이전 정부의 지도자들도 해내지 못했던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문 대통령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혹을 드러냈다.
또 WP는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김정은이 대화를 할 상대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으며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합리적이지 않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또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고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일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은 한층 멀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지만 엿새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의 충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노력에 실패했다”면서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나설 것도 밝혔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때 꺼내들 카드를 미국 언론에 미리 선보인 시점에 맞닥뜨린 ‘웜비어 충격’이 악재가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기에 난망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중국만 바라보는 미국이나 남한보다 미국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북한을 상대로 문 대통령이 대화의 물꼬를 어떻게 틀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WP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이다”라며 “그 공통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데 두 사람 사이의 신뢰와 우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또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하고 더 발전시켜 나가는 그런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