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지난해 가계부채 위험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186조7000억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21.1%를 차지했다. 위험가구는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자산평가액 대비 부채비율(DTA)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하는 가구다.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면 이들의 부채상환에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높아질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이들 위험가구수는 지난해 126조300만 가구에 달한다. 위험가구 중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고,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상환능력도 취약한 고위험가구수는 같은 기간 31만5000가구로 이들의 금융부채 규모는 62조에 달한다.
한은은 22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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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 고위험 가구 수 및 부채가 비교적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높아질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금리 대출금리가 각각 50bp(0.5%포인트), 100bp(1%포인트), 150(1.5%포인트)bp 상승하면 고위험가구는 지난해보다 각각 8000가구, 2만5000가구, 6만가구로 급증했다. 금융부채 규모는 각각 4조7000억원, 9조2000억원, 14조6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디레버리징 과정(부채축소)을 겪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7년말 665조원(가계신용통계 기준)에서 올해 1분기 말에는 2배 수준인 1360조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4년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규제 완화 과정에서 주택 매입수요와 주택 공급물량 확대 등의 영향이 크다. 저금리 기조 지속은 차입비용을 낮추는 한편 금융‧실문 자산간 상대수익률 변화를 통해 가계신용을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임대인의 전세가격 인상과 월세전환 등으로 임차가구의 주택 매입수요가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진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 구입자의 차입여력이 확대되면서 주담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투자자산으로 주택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한데다 임대주책이 가계중심으로 공급되면서 부채가 가계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임대가구 중 투자목적 성향이 강할 것으로 추정되는 다주택 보유 임대가구의 부채 증가율이 전체 가규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2012년 179조5000억원이던 다주택 보유 임대가구의 금융부채는 4년 사이 2226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은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중점 관리하는 한편 주택연금 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누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사회와 복치 차원까지 고려한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