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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의혹 조작' 사과 하루만에 특검…윗선 연관?

2017-06-27 15:30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민의당이 제19대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관련 제보 조작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27일 적극적인 진상조사 의지를 드러내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다만 제보자 녹취·카카오톡 등에 대한 조작 인정이 '문준용씨의 모든 취업 비리 의혹을 해소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지도부 개입설은 물론 여권에 대한 협조 목적이라는 관측에도 선을 그었다.

전·현직 지도부 인사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까지 요구하면서, 민주당의 제보 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특혜취업 의혹을 동시에 다루자는 '역공'을 가하는 격이 됐다. 다른 두 야당에서도 특혜 의혹 추궁에 가세하면서, 이번 사건이 국민의당의 '셀프 폭로'로 그치지 않고 '문준용 특검'으로 번져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를 가장 먼저 거론한 건 전임 당대표인 박지원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대선 때 당대표로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이런 의혹 파일이 조작되고 카톡 캡처 화면이 나타났다고 하면 대단히 잘못됐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우선 사과했다.

지난 6월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와 박주선 비대위원장(오른쪽). 이들은 박지원 전 대표가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에게 제기된 특혜 취업 의혹 관련, 자당의 제보 조작 사건과 특혜 의혹 자체를 특검 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동조했다./사진=국민의당 제공


이어 "저는 2~3일 전 당직자로부터 이런 일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대선 때 공명선거추진단에서) 제게는 전혀 보고한 사실이 없고 그 내용도 몰랐다"면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 개입설에도 "보고를 받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제보 자료 조작을 시인했다는 당원 이유미씨가 긴급 체포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을 거론, "그렇지만 5월5일 녹취록과 카톡 캡처가 조작된 것과 (의혹의) 본질은 다르다"며 "검찰에서 수사를 해도 나올 수 있지만 일련의 사태를 국민들은 굉장히 불신하게 될 것"이라면서 특검 수사를 제안했다.

제안 취지에 대해서는 "우리 당원에 의해 조작됐다고 하면 그것도 잘못이지만 준용씨의 모든 취업비리 자체가 어떻게 됐는가 하는 문제에도 철저히 조사돼야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당은 어떠한 경우에도 은폐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당사자들은 아주 최대로 할 수 있는 최고형을 쳐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관영 의원을 단장으로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키로 한 가운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다만 "그렇다고 그것이 준용씨 특혜취업 의혹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또 그 발단이 된 건 특혜채용 의혹 때문이니까, 두 사건을 동시에 특검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박 의원의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당원 이씨가 '윗선의 지시'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그러니까 그런 문제는 특검이 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여야가 특검에 합의해 준다면 우리는 특검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의원과 김동철 원내대표의 특검 제안에 관해 '당일 의원총회에서 제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또 "(제보 조작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더라도 특혜 채용 부분 전체가 명쾌하니 해결이 됐다거나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특혜 채용 진위 여부가 궁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받아들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어제 우리가 사실상 자백과 자수를 했음에도 뭘 숨기고 아직도 밝혀야 할 내용이 많은 것처럼 하고 있다"며 "'여러 사람이 관여됐는데 꼬리 자르기 식으로 수사를 축소하려는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특검을 하면 그쪽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백혜련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씨와, 조작 자료를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거명한 뒤 "안철수 전 후보와 매우 가까운 인물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험이 많지 않은 30대로서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런 엄청나고 악질적인 범행을 저지른다는 건 이해 안 가는 부분"이라며 '윗선'에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추궁으로 맞받았다.

그러면서 "안 전 후보와 당시 책임있는 사람들은 국민 앞에 입장을 밝히라"라며 "또 조작을 시인한 정당이 준용씨 취업 관련 특검 주장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국민의당발 '쌍끌이 진상규명'과 특검 도입 주장에 잇따라 가세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 대표는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의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먼저 발표해 꼬리를 자르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조작 사건이 특혜 의혹 사건을 완전 해소한 건 아니다. 두 가지 사건 모두 철저히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 대표(가운데)가 27일 국회에서 새 지도부 출범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국당에서는 오후 중 김성원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을 겨냥 "충격을 금치 못하겠다"며 "2002년 김대업 병풍 조작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 뿐이다. 공당으로서의 신뢰는 무참히 무너졌다"고 질타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다만 국민의당 녹음파일이 조작이라고 준용씨의 취업 특혜의혹 자체가 조작인 건 아니다"며 "국민들은 여전히 귀걸이에 점퍼 차림, 12줄 자기소개서 등으로 공공기관에 취직한 과정에서 퇴직 과정에 이르기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국회에 특검법이 발의돼 있다"며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도 관련 의혹에 대해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최교일 의원 등 한국당 의원 86명은 지난 5월1일 대선을 8일 앞두고 '문준용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특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불 뇌물수수, UN 북한 인권결의안 대북 결재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국회 의안과에 접수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에서 전현직 지도부와 안 전 후보 책임론을 둘러싼 내분 조짐이 일면서 특검 제안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상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후보를 겨냥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며 "응당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을 향해서도 "(의혹 제기 전에) 확실하게 검증 못 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도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당 일각의 특검 주장은 국민들에게 국당이 이 문제를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으로 물타기 하는걸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이지 않게 할 수 있다"면서 '정치적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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