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LG전자를 글로벌 1등 칠러(Chiller) 브랜드로 키우겠다."
LG전자는 지난 27일 경기도 평택 칠러 공장에서 칠러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칠러는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그것을 대형 건물 등에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기관인 BSRIA에 따르면 글로벌 칠러 시장은 약 140억달러(약 16조원)로 추정된다.
27일 LG전자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터보 칠러를 생산하고 있다. 대형 크레인이 열교환기와 결합시키기 위해 압축기를 들어 올려 이동시키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지난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진출한 LG전자는 국내 칠러 시장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칠러 사업 확장을 목표로 전북 전주에 있던 공장을 지난해 11월 현재 위치인 평택으로 이전했다. 14만8000㎡ 대지 위에 들어선 평택 공장은 전주에 있던 공장에 비해 약 2.5배 넓다.
생산동은 총 면적이 축구장 4개 넓이와 비슷하다. 5개의 생산 구역으로 구분돼 있고, 각 구역은 가로, 세로가 각각 190m, 30m에 달한다. 각 생산 구역의 위쪽에는 최대 50톤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칠러는 완제품의 무게가 최대 50톤에 달하는 제품으로 크레인을 사용해야만 옮길 수 있다.
규모가 커진 새 공장에서는 제품 설계부터 제작, 테스트, 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인근에 평택항이 위치하고 있어 수출 물량을 항구까지 운송하는 데도 강점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국내시장과 글로벌 주요 시장에 공급된다. 대형 상가, 오피스 시설,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냉난방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생산 품목은 터보 냉동기, 흡수식 냉온수기, 스크류 냉동기, 공조기 등이다.
LG전자 직원이 27일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칠러의 열교환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100% 주문제작 방식으로 제작되는 칠러는 제품에 따라 용접 위치가 달라 공정 자동화가 쉽지 않은 제품이다. 이런 배경을 알고 생산동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생산 작업자들의 섬세한 손길이다.
생산현장 작업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에 달한다고 한다. 신입사원이 교육을 마치고 생산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려면 약 5년이 걸릴 정도다. 작업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칠러 생산의 달인인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고객의 수요에 맞춰 칠러를 생산하기 때문에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을 수 없다"며 "주문 들어오는 제품마다 설계 및 제작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 그때 생산자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 칠러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냉동기 기준으로 1000대 가량 된다. 냉동기에 연결되는 실내기 등 부속 제품까지 포함하면 2000대까지 늘어난다.
제조 공정의 핵심인 용접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에 있는 LG전자 생산기술원과 협력해 지난 3월 칠러 용접 로봇을 생산현장에 도입했다.
LG전자는 칠러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가장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용접 공정에 지난 3월부터 '로봇 자동 용접'을 도입했다. /사진=LG전자 제공
공장을 평택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생산동에서 연구시험을 진행했지만 새 공장에는 연구시험을 위한 전용공간을 만들었다. 칠러 기술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차세대 칠러 기술과 핵심 부품을 개발한다.
최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LG전자의 칠러 사업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을 약간 웃돌고 있다. B2C 공조 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4분의 3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은 칠러 사업의 해외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LG전자는 칠러에 대한 수요가 있고, 생산 및 판매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해외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중국,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UAE, 아시아의 베트남, 필리핀 등이 해당된다.
특히 올해에는 연이어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해외 영업망을 늘려 가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 화력발전소에 이어 최근 두바이 대규모 상업지구 수크와산빌리지(Souq Warsan Village)의 지역냉방 프로젝트에도 공조 솔루션을 일괄 공급하기로 했다.
박영수 LG전자 칠러BD담당 상무는 "지난해 11월 평택 사업장으로 이전하면서 칠러 관련 연구개발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고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부한다"며 "앞으로도 긴 호흡으로 세계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준비하고 기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