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2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평가대상이던 5개 학교의 재지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외고·자사고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실행 대책을 촉구하면서, 외고·자사고 논란은 단계적 폐지 수순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조 교육감이 "단순히 '평가를 통해' 미달된 학교만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현 고교 체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며 각 지역 교육감 차원의 외고·자사고 폐지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토로함으로써, 향후 펼쳐질 정부 방침에 대해 세간의 눈이 쏠리게 됐다.
외고·자사고와 관련해 남은 쟁점은 29일 있을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관련 발언과 정부의 시행령 개정 전망, 이에 대한 학교·학부모 측의 집단행동이다.
당장 학부모들의 관심은 29일 국회 청문회에 임할 김상곤 후보자의 입에 가있다. 외고 자사고 학부모들이 정부의 폐지 입장에 대해 집단반발을 예고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발언 하나하나가 정책검증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자는 실제로 지난달 18일 강연에서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나 자사고는 '대학입시 예비고'로 전락했고 교육정상화를 위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외고·자사고 폐지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 시나리오는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 법적 분쟁 없이 외고·자사고를 폐지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정부가 외고·자사고의 설립과 선발시기 등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관련 조항을 즉각 삭제하는 일괄 개정을 통해 일반고 전환 근거를 마련하고 고입 전형 방법, 절차 등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제도 하에서 학교별 재지정 기준은 이미 정해져있는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르며, 외고·자사고 대부분은 해당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에 정부 입장에서 외고·자사고를 폐지하려면 이러한 시나리오를 택해야 한다.
외고 자사고 등 학교 및 학부모 측은 정부의 폐지 방침 여부에 따라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사진=연합뉴스
더욱이 현 지방교육감들의 잔여임기는 내년 6월에 열릴 지방선거까지 1년 남았으나, 전국 외고·자사고·국제중고 88개교 중 81개교의 재지정 평가는 2019~2020년에 몰려있다.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 한 교육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되어야 대부분의 외고 자사고를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28일 폐지 논란에 대해 사실상 정부로 공을 넘긴 것은 교육현장의 반발과 혼란을 줄이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시도 광역단체별로 따로 추진될 때의 혼란을 고려해 정부가 주도하는 '고교체제 단순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5년 단위 평가를 통해 폐지 여부를 정할 경우 지역 및 학교별로 매년 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일단 폐지 논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승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이와 관련해 "아직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끝나지 않아 구체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시행령 개정에 따른 단계적 폐지 등에 대해)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부모 측은 정부의 폐지 방침 여부에 따라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서울 자사고교장연합회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자사고들은 정부정책을 믿고 수백억 원의 인프라 투자를 했다"며 "지정 취소가 되면 그간 노력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면서 소송 불사 방침을 밝혔고, 관련 학부모들은 기자회견과 거리집회 등을 통해 잇따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폐지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향후 정부 방침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단계적으로 억누르며 폐지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