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국지엠이 내놓은 신차들이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 5개 완성차 중 ‘중위권’ 밑으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출시한 말리부가 실적을 뒷받침 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크루즈마저 신차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크루즈의 6월 판매량은 전월과 비슷하거나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크루즈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2147대를 판매했지만 4월 1518대(29.3%), 5월 1160대(23.6%)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사진은 올 뉴 크루즈 /사진=미디어펜
신형 크루즈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2147대를 판매했지만 4월 1518대(29.3%), 5월 1160대(23.6%)로 판매량이 줄고 있다. 이는 준중형 경쟁차종인 현대차의 아반떼 판매량이 지난 3월 기준 7000대에서 4월 8265대로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신형 크루즈의 6월 판매량이 1000대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반떼와 6000대 격차…입지 ‘흔들’
신형 크루즈는 지난달(1160대)의 경우에도 아반떼(7834대)와 판매 격차가 무려 7배(6000대)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올해 목표 판매치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크루즈 뿐만 아니다. 지난해 출시돼 한국지엠의 내수를 든든히 받쳐주던 말리부의 올 1~5월 누적 판매량은 1만6819대로 기아 K5(1만5385대)에 간신히 앞서 있다.
아반떼와 올 뉴 크루즈의 출시 초기 이후 월 판매량 추이 /자료=각사
소형차 부문에서는 스파크가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기아차 신형 모닝이 나온 후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누적 판매는 2만12대로 전년 대비 무려 43%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신형 크루즈의 판매량이 시장에서 굴욕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마케팅의 실패에서 왔다고 평가한다.
한국지엠은 신형 크루즈 출시 초반 ‘고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출시 전부터 경쟁차종인 아반떼보다 400만원 가량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가 사전계약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급하게 200만원의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초기 시장 반응이 시원치 않았던 탓에 3월 판매량은 2147대에 머물렀다. 계약, 생산, 출고가 모두 순조롭게 이뤄진 4월 판매량은 오히려 600여대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지엠은 이달 신형 크루즈의 가격을 100만원 가량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당분간 할인 행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비교 시승행사에서 대기중인 아반떼AD(왼쪽)와 올 뉴 크루즈 /사진=한국지엠 제공
2년차 제임스 김 사장의 고민…마케팅 실패론
판매 부진을 지켜보는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 초 김 사장은 “신형 크루즈를 앞세워 현대차 아반떼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근까지 국내 판매가 감소하면서 내수 3위 자리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심지어 김 사장은 지난달 29일 아반떼와 비교 시승을 개최하기도 했다. 크루즈의 신차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도 크루즈 출시 당시 아반떼와 다른 콘셉트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일환이라는 해석이었다.
한국GM은 내부적으로 신형 크루즈의 연간 판매 목표를 3만6000대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 3월부터 5월 현재 판매량이 5000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판매 부진으로 인해 치고 올라오는 쌍용차 등에 밀려 완성차 3위 사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루즈는 출시되고 나서 3개월동안 단 한 번의 반등 없이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초기 가격 인하와 명확한 마케팅 전략의 실패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한국지엠의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