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4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박정화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열린 가운데, 정현백 후보자가 "여자 김상곤"이라고 불리는 등 좌편향 논란성 행적을 둘러싸고 가장 날선 공세를 받았다.
LG전자 상무·LG CNS 부사장 출신 유영민 후보자는 배우자 최모씨의 '땅 투기 목적 위장전입' 의혹과 '자녀의 LG계열사 취업 특혜' 의혹이 주된 쟁점이었으나,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박정화 후보자는 도덕성 흠결 지적은 없었으나, 청문회 도중 '법조계 전관예우는 겪어보지 않았고 없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여야 위원들이 '발끈'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왼쪽부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박정화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4일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동시에 열렸다./사진=미디어펜
이날 여성가족위원회 청문회에서 정현백 후보자는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참여연대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알려주는 1번 어뢰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했다'고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타하자 "저나 참여연대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얘기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국민이 가지는 의심을 해소시켜야 된다고 얘기했고 야5당이 재조사 해야 된다. 그 재조사에는 당사국인 북한과 러시아가 포함해야 된다고 했다"며 "당시 정확한 천안함 조사가 있어야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올 수 있고, 평화체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한국당 의원도 정 후보자가 2010년 당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불인정하는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다거나, 폭침 한 달 뒤 미국 의회의 한반도 평화포럼에 참가해 북한 소행론을 비난했다면서 "'천안함 괴담'을 국제사회에 퍼뜨린 망신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사법부 판단에 따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 후보자는 '제2연평해전이 몇 년도에 일어났나. 우리 측 사상자가 몇 명인가'라는 추가 질문에는 "기억하지 못하겠다"면서도 "당시 참여연대 대표로서 희생자 장례식장에 갔다"고 피력했다.
정 후보자는 '김정일에 비판 문건을 낸 적이 있느냐. 도리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다고 북한과 공동으로 평화선언문을 낭독했다'는 비판에는 "(김정일을) 비판한 바 있다"고 맞서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총련(이적단체 판시) 합법화 지지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한미연합훈련 반대 등 전력을 지적한 뒤 "북한에 의해 우리 군과 우리 국민이 사망했음에도 북한에 이로운 것만 해왔다. 굉장히 편향된 이념으로 무장되고 삐뚤어진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도 "한마디로 후보를 표현하면 여자 김상곤 후보다. 굉장히 생각이 닮은꼴"이라며 천안함 폭침 주체를 캐물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정치적 입장이라기보다는 과학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장관이 된다면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재차 즉답을 꺼렸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이 "천안함은 풀리지 않는 미제사건이라는 게 참여연대의 일관된 입장 같다"며 "후보자 입장과 일치하나"라고 물었을 때에야, 정 후보자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사법부 판결에서 말한 '북한에 의해 천안함 침몰이 이뤄졌다'는 것은 수용한다"고 '북한'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의 공세를 '색깔론'으로 치부하며 비호에 나섰다. 박경미 의원은 "정 후보자에 대해 여자 김상곤이라고 색깔론이 재현되는 부분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 후보자는 상대평가, 절대평가 모두 만점에 가까운 1등급"이라고 옹호했다.
참여연대 출신 박주민 의원도 "유엔 안보리 서한 어디에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 행동이 아니라는 내용이 없다"면서 한총련 합법화 발언도 "(집행부가) 매년 교체되기 때문에 매년 새롭게 판단돼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이 정현백 후보자 방향을 보며 질의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서 진행된 유영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과 농지법 위반, 자녀의 LG계열사 특혜채용, 후보자 본인의 노무현 정부 시절 기관장 특혜채용 의혹 등을 놓고 여야 공방이 있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유 후보자 부인 최씨가 보유한 경기도 양평군 일대 2억9865만원 상당의 농지와 주택을 두고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땅의 공시지가가 7년만에 두배 이상 올랐다는 의혹제기도 나왔다.
유 후보자는 최씨가 농협에 가입하고 농업대학교를 다니는 등 농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실제로 농사를 지었다면서,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땅을) 팔 계획이 없다"고 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아들 건호 씨 결혼식에서 (LG 직장 상사인) 유 후보자와 인사를 나눈 뒤 청와대로 불러 부부동반 식사도 했다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으나 유 후보자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유 후보자의 뒤를 이어 아들과 딸도 LG 계열사에 다니고 있어, 특혜 채용 의혹도 불거졌다. 한국당 의원들의 지적 외에도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자녀 취업 문제는 해명이 되도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답변을 요구했으나 유 후보는 "압력을 행사한 적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노건호씨가 1년8개월간 직장 부하로 있었는데 이것이 소프트웨어진흥원장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됐는가"라고 질의했고 유 후보자는 "부사장 시절 '이제는 기업 떠날 때 됐다'고 결심을 했고 진흥원은 연봉이 거의 3분의 1수준이었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박정화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청문회에서는 별다른 도덕성 흠결 지적 없이 업무 능력 등에 관한 검증이 주를 이뤘다.
다만 후보자의 전관예우 관련 발언이 도마위에 올랐다. 박 후보자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26년 동안 법원에 근무하면서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