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조재연 대법관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득 신고 누락에 따른 세무조사를 받은 이력과, 고액을 들여 세 딸을 조기유학 보낸 것이 위법하단 지적을 받았다.
배우자의 국민연금 260여만원 미납, 과태료 체납,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취소 등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가 자기 가정부터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무조사 두 번에서 한 번은 1억원 이상을 추징당하고 한번은 1억원이 안 되는 돈을 추징당했다고 하셨다. 이런 내용을 대부분 인사검증 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혔느냐"라고 물었다.
조재연 후보자는 "제 기억으로는 '관련된 세금 관계 10년치를 제출하라'고 했고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 실시를 위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5일 열렸다./사진=미디어펜
이와 관련 곽상도 한국당 의원도 "두 번이나 세무조사를 받은 분이 대법관이 된다면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라며 "상당히 걱정이 앞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상도 의원은 "세무조사를 두 번 받았다는 것은 소득신고를 누락해 (세금을) 추징 받은 것"이라며 "이런 분이 대법관이 된다면 후배 판사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겠다"며 "우려하는 바를 깊이 새겨서 처신을 조심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곽 의원은 조 후보자가 세 딸을 미국으로 불법 조기유학을 보냈고 총 18년간 유학비만 10억원을 넘게 쓴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국민이 허탈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곽 의원은 조 후보자의 장녀와 차녀는 1999년~2010년, 삼녀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유학 중인데 유학자금 내용을 제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세 딸이 다닌 학교의 학비만 보면 10억80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곽 의원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세 딸은 모두 초·중학교 재학 도중 조기 해외 유학을 갔다. 조 후보자의 장녀는 서울 시내 모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초등학교를 다니던 차녀도 학교를 중퇴한 뒤 미국 유학을 갔고, 삼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00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 제5조(자비유학자격) 1항 1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이 있거나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유학 자격을 갖는다. 초·중등교육법 제13조(취학 의무)에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곽 의원이 세 딸의 조기유학을 초중등교육법 등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솔직히 챙겨보질 못했다"면서도 "해외유학을 원천 금지하는 규정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득 신고 누락에 따른 세무조사를 받은 이력과, 고액을 들여 세 딸을 조기유학에 보낸 것이 위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각종 세금 체납 등 조 후보자의 배우자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도 다수 제기됐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여러 가지 행적이 있다"며 음주운전, 국민연금 미납, 과태료 체납 문제를 거론했다.
조 후보자는 "그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면서 "고위공직자가 우선 자기 가정부터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점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배우자가 과거 음식점을 운영했는데, 당시 피고용인들의 산업재해 보험료, 고용보헙료를 체납했다"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납부하지 않으면 국가가 보장하는 근로자에 대한 보험의무가 사라져 가장 문제가 된다"고 질타했다.
조 후보자는 "사회보장적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은 큰 비난성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한편 조 후보자는 앞서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의미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은 판결을 하겠다"며 "철저한 자기반성과 인식을 통해 좌우에 따른 개인적 가치관, 종교적 확신 등을 떠나 사회적으로 공감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인식을 파악하고 대법관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도록 일조하겠다"면서 "미래를 향해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에게 저의 모습이 희망의 작은 등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조계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전관도 있고 친소관계도 있다"고 인정하면서 "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가능한 한 억제해야 하고 전관 이상으로 사법 불신의 요인이 되는 판사와 변호사의 친소관계도 재판부의 사건 회피나 재배당으로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의 전관예우가 제대로 제재받지 않고 있다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법관 독립은 법관 특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잘못이 있으면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여권에서는 조 후보자가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 법조인으로서 '강골 판사'라는 평을 얻었다며 "판사 시절 보여준 소신과 용기를 대법관이 돼서도 보여달라"고 호평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