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가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노력에 한창이다. 기업들은 새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경제단체는 정부 고위 인사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초기에 흐르던 양측의 긴장감은 많이 누그러진 분위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은 조단위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를 확대하고, 고용 확대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각 기업들이 국내 투자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설 확충 등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영향을 받았던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라며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정부가 강조하는 고용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라인을 가동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총 3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년전 평택라인을 준공당시 제시한 투자비용(15조6000억원)을 제외해도 연구개발과 국내 생산시설 확충에 21조원 이상을 추가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는 2021년까지 생산유발효과 163조원과 44만명의 공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프라를 추가할 계획이어서 총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SK그룹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SK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원을 투자하고 82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확대 경영회의에서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발생할 뿐 아니라 심각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SK CEO와 임직원들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역시 투자와 고용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나머지 대기업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경영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앞서 재계는 지난달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128억달러(약14조6000억원)의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열린 '공정거래위원장-4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사진=대한상의 제공
새 정부 들어 기업들의 대변자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소통확대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오는 1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초청한 가운데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한 뒤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대한상의는 10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초청, 일자리 정책을 주제로 조찬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오는 19일부터 제주에서 개최하는 연례 제주포럼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