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민의당은 6일 자당이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 '꼬리 자르기를 넘어 머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면 겨냥, 사퇴를 포함한 "납득할 만한 조치"를 요구하며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날 추가경정예산안 상정을 위해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에 이은 국민의당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추경 심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국민의당 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간 갖기로 했던 만찬 일정도 취소돼 본격적인 파행 정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서 추미애 대표는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관련 제보조작 사건에 관해 "당내 진상조사 결과는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라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그 당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몰랐다'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며 "조직적으로 저질러놓고 일이 끝나니 단독범행이라면 누가 믿을 수 있나"라고 국민의당을 원색 비난했다.
아울러 "당은 자체 수사로 국민이 믿지도 못하는 가이드라인을 (검찰에) 제시하고, 박지원 전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서 검찰을 압박하는 사태는 정말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말 거듭된 우리 당에 대한 막말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협치를 이야기하고, 우원식 원내대표까지 협치 얘기하는데 추 대표의 이런 막말은 결국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고 성토했다.
이어 "오늘 추 대표의 발언은 몇 번째 계속된 우리 당에 대한 막말"이라며 "민주당과 추 대표가 각각 사퇴와 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우리는 오늘 이후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꼬리 자르기
아닌 머리 자르기' 발언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미애 대표를 성토했다./사진=미디어펜
나아가 추 대표의 '정계은퇴'도 거론됐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또 "과거 행적을 보면 추 대표는 정말 우리 정치권을 진작 떠났어야 될 분"이라며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지 않았나. 그리고 탄핵 역풍이 부니까 다시 총선 때는 삼보일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이것도 지금 보니 악어의 눈물로 생각된다"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이어 "(추 대표는) 2009년 12월 환노위원장으로서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노동관계법을 3분 만에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작년 11월엔 국정농단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단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해 촛불시민혁명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지난해 12월1일엔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와 정국현안을 논의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메모를 주고받아 파문을 일으켰다"며 "지금이라도 추 대표는 민주당 당대표직에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은퇴를 하셔야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 시간 이후 추 대표와 민주당 측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금까지 보낸 여러 가지 협치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부 진정성 없는 거짓 제안이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예결위 참여 여부에 관한 질문에 "협치를 얘기하면서 등에 비수 꽂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느냐"라며 "오늘 모였던 우리 당 의원들은 예외없이 (추 대표의) 사퇴, 사과 등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는 경우 국회 일정 협의를 못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오늘 이낙연 총리의 원내지도부 만찬 제안도 협치의 일환으로 보고 참석할 생각이 있었지만 만찬 회동도 취소 통보했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결정에 20명 이상 당내 의원들의 공감대가 있었으며, 박지원 전 대표와 전화 통화를 통해 협의했다고 김 원내대표는 전했다.
국민의당은 김유정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 "국민의당을 향해 온갖 독설을 쏟아내면서도 추경은 함께 하겠다고 하니 국회가 '아무말 대잔치' 하는 곳이냐"라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데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넘어진 사람 손가락을 밟고 서 있으니, 정치적 금도를 한참 넘어선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협치가 가장 필요한 여당 대표가 나서서 찬물을 끼얹는 격이니 누가 봐도 정쟁의 선봉장이고 협치 훼방꾼"이라며 "정부여당에 경고한다. '추'자 들어가는 건 다 안된다. 추 대표는 송영무·조대엽 부실후보자와 함께 자진사퇴하기 바란다. 그것 만이 문재인 정권의 성공과 진정한 협치의 실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