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최악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가 노사분규라는 악재까지 겹쳐 올 하반기 실적 개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반토막 난 판매실적과 미국시장에서의 통상 압박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새 정부를 등에 업은 노동조합의 집단이기주의에 하반기 신차 출시를 통한 실적 개선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대차의 파업으로 중·소 협력업체들까지 피해가 예상되며 산업계 전반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최악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가 노사분규라는 이중고로 하반기 실적개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사진=연합뉴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는 등 파업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3~14일 파업 찬반 투표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달 내 파업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고 주간연속2교대제 8+8시간 완성, 해고자 원직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 체결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또 사회공헌기금 확대와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단체상해보험 보장 확대, 퇴직자 복지센터 건립, 일반직 숙련승진제 개선 등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충분히 협상을 진행하지도 않은 지난 20차 임단협 교섭에서 회사측에 노조안에 대한 일괄 제시안을 내라고 통보했고 제시안이 나오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문제는 현대차가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거듭되는 노조의 고질적인 파업 압박으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신차 투입을 계획하고 있는 현대차는 이번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하반기 반전 기회마저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매년 지속되는 파업이 업계 전반적인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점점 투쟁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노조가 현대차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포함해 모두 24차례의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역대 최대인 누적 생산대수 14만2000여대, 금액 환산 약 3조1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기도 했고 산업계 곳곳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의 파업으로 1차 협력업체 380개사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냈고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더 막대한 금액의 손실을 가져왔다.
하반기 시장상황역시 중국의 지속된 사드보복과 미국의 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할부금리의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차량구매역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미디어펜
더 큰 문제는 현대차 노조의 고질적인 파업이 현재의 실적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해 현대차의 중국 시장 부진은 역대 최악 수준이라는 점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약 30만1000대로 추정되며 이는 52만3000대였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 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현대차는 34만6360대로 7.4% 역성장했다. 시장점유율도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올 상반기 전체 자동차시장 수요는 845만6896대로 전년에 비해 2.1% 감소했다. 시장 자체가 위축되기도 했지만 현대차 실적은 이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하반기 시장 상황 역시 중국의 지속된 사드보복과 미국의 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할부금리의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역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회사 사정을 무시하고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파업 수순을 밟는 것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존폐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 2015년 기준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96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1차 협력업체는 65%, 2·3차 협력업체는 30∼35% 수준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회사 사정은 도외시한채 파업을 무기로 무리한 임금인상과 정치적 요구를 거듭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협상을 강요하며 정치적인 색깔마저 드러내고 있어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며 “회사부터 살려야 노조원들에게 돌아가는 해택과 이익도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더욱이 지속적으로 매년 파업을 반복하는 것은 협력업체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편협한 쟁의행위”라고 꼬집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으면 노조도 영향력을 잃게 된다"며 "노동계는 너무 조급하게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얻어내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