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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송·조 임명연기…고차방정식 해법 낼까

2017-07-11 13:55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2달을 맞았지만 내각 인선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정부 입법이 추진되기는커녕 대통령 업무지시로 국정이 운영되는 실정이다. 개혁이나 정책에 대해 여야간 쟁점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놓고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이어서 정치권에 협치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협치를 이끌어야 할 민주당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채용특혜 의혹조작 건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상황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반발을 일으키면서 정국은 더욱 꼬여져만 간다. 

이런 가운데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청와대에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며칠 미뤄달라 요청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다고 밝혀 국회에서 일자리 추경 및 정부조직개편 처리와 인사청문회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의 야당 설득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야3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송·조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당장 철회할 계획은 없어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명 여부도 고려 대상인가’를 묻는 질문을 받고 “우 대표와 당에 충분한 협상력을 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상하는 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한 이 관계자는 “청와대도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의 독일 순방에 동행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귀국하자마자 국회를 달려갔던 일이나 전병헌 정무수석의 노력 외에 앞으로 문 대통령이 귀국보고를 겸해 여야 대표와 회동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취임 이후 두번째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업무에 복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과 G20 성과를 설명하고, 추경과 정부조직개편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밤 늦게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우원식 원내대표가 서울시내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11일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전달했고, 우 대표는 다시 한 번 간곡하고 강력하게 시간을 좀 달라고 전 수석에게 요청했다. 그 결과 이날 전 수석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고, 대통령이 송·조 후보자 두 사람에 대한 최종 임명 보류를 결정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야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추경과 정부조직개편을 인사문제나 또는 다른 정치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추경과 정부조직 개편만큼은 야당이 대승적으로 국가를 위해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발언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전 수석을 통해 야당과 협상에 임할 우 원내대표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지, 혹은 앞으로 제시하게 될 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청와대측은 “대통령께서는 인선과 추경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정확하게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장관 임명-추경 처리 빅딜론’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임기 초반 이례적으로 빠른 국회 시정연설까지 갖고 일자리 추경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이번 문턱을 넘지 못하면 자칫 국정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를 통한 다자외교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귀국 직후 송영무·조대엽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연기한 것만으로도 상황에 따라 임명철회 등 지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경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관계자가 “2∼3일 지나서 지명을 철회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럴 가능성을 부인한 것처럼 문 대통령으로서는 일단 여야간 협상할 시간을 부여해 여당에 힘을 실어주고, 협치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대해 어느 정도 명분을 쌓은 다음 여론의 지지세를 몰아 송·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지나자마자 임명장을 수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G20정상회의 출국 전 10일까지 송영무·조대엽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가 10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은 11일 이후 언제라도 두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야당은 다시 문 대통령이 송·조 후보자에 대해 지명철회가 아닌 임명 연기를 한 것에 반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송·조 후보자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라”고 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임명 연기는 미봉책이자 또 하나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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