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와 간호조무사협회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앞서 SBS는 이 의원이 파업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난하며 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식 조리종사원을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 "미친놈들이야" 등으로 불렀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사과하면서도 '사적 통화'였단 점을 강조했지만 더 큰 파장을 불러왔다.
게다가 국민의당 지도부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언론보도를 비판해 안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특채의혹 조작 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민의당을 향한 분노를 더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선 이 의원 사퇴청원에 1만9000여명이 서명했고, 국민의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이 의원의 사퇴와 제명 요구가 잇따랐다. 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 이 의원을 공천하고 당선시킨 책임이 자신들에게도 있다며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 의원이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해당 노조와 관계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학교 급식파업 관련 학부모들의 분노를 생생하게 전하고 급식 질이 형편없어지는 문제에 분개하면서 나온 얘기”라며 "사적인 대화지만 그로 인해 상처 입은 노동자가 있다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비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언주 의원께 충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가식적인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그런 사과는 분노를 배로 키운다"면서 "사과를 잘못하면 두배로 열 받는다. 이언주 의원도 명심하고 국민의당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의 직업 비하 발언이 학교 조리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요양사 등 다른 직업 종사자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SBS가 10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솔직히 말해서 조리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돈 좀 주고 이렇게 하면 되는 것.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어제부터 협회에 회원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너무 기분나쁘다. 협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도 국민의당은 SBS가 '방송 인허가권' 때문에 자당을 비난했다고 주장하면서 더 큰 대치 국면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SBS가) 정권 출범 초기, 방송 인허가권을 준 정부를 의식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더더욱 문재인 정부의 방송 개혁 의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 앞에서 다음 기자회견 차례인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파업노동자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의원은 학교 조리사를 가리켜 “5년 내지 10년짜리 계약직에 호봉제가 아닌 직무급제 도입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특정 직업 비하에 노동자 권리의식이 없는 것 외에도 이 의원의 인식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원내정책회의에서 “파업은 우리 헌법정신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지만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밥이고 결식아동들도 많이 있다”며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노동자들이 권리 주장을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운영비에서 인건비와 재료비가 충당되는데, 인건비 상승에 비해서 학교운영비의 인상 폭이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재료비가 점점 부족해지는 실정”이라며 “만일 이번 파업 이후에 교육당국이 임금 인상을 결정하게 되면 아이들의 급식 재료비를 깎는 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을 시행 중인 초·중등학교의 경우 학교기본운영비에는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학교 무상급식비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있는데 이 안에 인건비와 식품비, 관리비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급식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오르게 되면 무상급식비의 총액 조정이 필요하지 식품비를 줄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파업하며 주장한 것은 근속수당 5만원으로 인상과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기본급 인상, 명절휴가비, 급식비 등 수당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들에 대해 5~10년짜리 계약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말해 현행 기간제법에 명시된 ‘계약기간이 2년 이상인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후퇴시키는 발언이 된다.
따라서 이 의원이 무상급식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학교급식 노동자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비판을 쏟아낸 것이 사퇴 촉구를 불러온 더 큰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