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3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측은 “미국이 요청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응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한미FTA가 호혜적인 만큼 개정이 필요없다는 우리 입장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거의 모든 무역협정은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있고, 1년에 한번 정기회기를 갖고 특별회기도 열게 된다”며 “하지만 현재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새로운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지 못한 까닭에 공동위 개최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FTA의 경우 어느 한쪽이 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면 다른 쪽에서 30일 안에 회기가 열리도록 응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어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될 때까지 일단 미국 측에 특별회기 연기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한미간 FTA 공동위가 열려서 개정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상대방이 개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개정이 이뤄질 수 없다”며 “미국에서 철강·자동차 분야에서 무역적자가 있다면 우리도 서비스 분야에서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투자도 그만큼 이뤄지고 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한미FTA가 호혜적이라는 점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미FTA와 관련해 “2012년 이후 양국간 호혜적 효과를 가져왔고, 꼭 미국에게만 불리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이런 부분부터 잘 따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동위에서는 양쪽 실무진이 그동안 한미FTA가 미친 영향과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접수한 미국 무역대표부의 서신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22.2조에 규정된 대로 가능한 개정 및 수정을 포함해 협정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을 검토하기 위해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워싱턴DC에서 곧 개최할 것을 요청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서 표현하듯 ‘재협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 무역대표부의 서신에서 'including possible amendments and modifications'이라고 표현됐듯이 개정이나 수정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라며 “재협상은 협정이 발효되기 전 한쪽에서 결과에 불만을 품어 전면적으로 다시 협상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미국 무역대표부는 서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할 당시에는 우리 양국 경제에 상당한 이익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과의 총체적 적자가 증가했고, 우리의 상품 무역적자가 발표 이후 두배로 증가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분명하게 우리 입장 밝혔지만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미FTA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많은 학자들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전반적인 경제구조상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고, 그렇게 보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특히 상품분야 적자를 무역협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므로 우리는 기본적으로 양국간 무역 불균형 문제부터 따져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보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측의 한미FTA 개정 협상 요구를 언급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말고 열어두고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쪽의 사정에 의해 개정 협상을 요구한 정도라면 그 진의와 관련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우리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면서 “만약 개정 협상에 들어간다고 하면 미 측의 요구가 있고, 우리 측의 요구도 당연히 있을 것인데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미국 측이 무역불균형 분야로 거론하고 있는 자동차 부분에 대해 “한미 FTA가 발표된 이후 5년동안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오히려 줄었고, 반대로 미국 측에서 우리가 수입하는 시대였다”면서 “우리가 수입하는 것은 많이 늘었는데 과연 FTA의 효과 면에서 미국식 무역적자가 가중되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