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메르세데스벤츠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으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2의 아우디폭스바겐'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단 차량이 국내에도 다수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판매정지'라는 유탄을 맞을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다임러가 벤츠 차량에 탑재된 엔진의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수입차 업계가 '제2의 폭스바겐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전날 불거진 독일 다임러의 배출가스 조작 혐의와 관련, 디젤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반감이 확산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외신을 통해 현지 보도 내용이 국내로 유입됐지만 관계당국의 정식 발표내용은 아닌걸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된 엔진은 전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배출가스 조작 여부에 대해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다수의 독일 언론은 다임러그룹이 2008년~2016년까지 판매된 벤츠 차량 100만대 가량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몰래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발생한 OM642와 OM651 엔진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 판매되는 벤츠 차량에 탑재된 것이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해당 엔진이 지난해 6월 출시한 '신형 E클래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디젤 차량에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벤츠 차량의 국내 판매중단 여부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판매와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임러는 지난해 4월 법무부로부터 일부 차량에 대한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관련 조사를 받았다.
당시 벤츠 디젤차 소유자들은 차량에 배출가스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조작장치가 탑재됐을 수 있다면서 집단소송을 냈다. 다임러는 지난 5월에도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11개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는 월간 판매량 7000대를 넘기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벤츠의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32.8%에 달한다. 판매된 수입차 3대 중 1대꼴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리콜 조치를 단행할 경우 벤츠코리아는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로 판매 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은 환경부로부터 32개 차종(80개 모델) 8만3000대의 인증을 취소받았다. 지난해 11월부터 판매실적 '0'을 기록 중이고 아우디도 올 상반기 919대밖에 팔지 못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사진=벤츠코리아 제공
전문가들은 벤츠코리아 역시 수백억원대 과징금과 함께 최악의 경우 판매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독일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밝혀지면 국내에서도 리콜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벤츠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몇개국에서 누적 리콜대수가 기학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같은 부품에 같은 시스템이 탑재됐다면 예외없이 리콜되는 것이 관행"이라면서 "독일에서 확정이 되면 환경부 조사 들어갈 것이고, 해당되는 차종을 벤츠코리아에 요구할 것이어서 업계 긴장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벤츠 문제와 관련, 제2의 폭스바겐 사태에 대한 막연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제2의 폭스바겐 사태)가능성은 보이지만 독일차들이 출력은 좋지만 연비 떨어지고 배출가스 많이 나오는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제일 쉽고 간단한 방법이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차들의 전반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보다 우리나라 배출가스 기준이 더욱 강하다"면서 "원래 그 차를 만들었을 때 유럽 배출가스 기준에 맞춰 만들었는데 우리나라가 (규제가) 워낙 강하다보니까 맞출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벤츠코리아는 현재 국내에 디젤 엔진이 탑재된 차량 대수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입차 딜러는 “벤츠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관련 국내로 불똥이 튈까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 “이번 사태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장에서 무너진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