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은 거침없었다.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새 정부의 공직자인 만큼 발언이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재판장에 선 그는 재벌 개혁에 앞장 서는 '삼성 저격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랜 기간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가 경제개혁연대에 있었을 때 다른 기업 3세는 많이 만나봤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지난 해 인사청문회 때 처음 봤다"고 타박할 때 그 자부심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속했던 집단에 대한 자부심은 좋은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상한 방향으로 엇나간다면 자부심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까닭에 다른 총수는 다 만나봤지만 이 부회장은 나를 만나주지 않았고, 그래서 삼성은 문제가 많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실로 복잡한 마음이 들게 했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딴죽을 거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는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의 말을 빌려 "이 부회장은 카리스마가 없고, 그의 체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기업이 어려울 때 돌파구를 마련해 지금껏 잘 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그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없다"면서 "그에 비해 이 부회장에게는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배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줄곧 '이 부회장은 무능하고, 무능한 그에게 경영권을 주기 위해 삼성이 무리한 합병을 시도했으며, 거기에는 청와대 개입이 있었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한 증거나 근거는 없었다. 대부분 그의 생각, 추측에 기인한 발언이었다.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하지만 그 자리는 그의 '사견'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재판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자신이 경험한 바를 증언하는 법정이었다.
물론 개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석했기에 연가를 내고 개인차를 끌고 법원에 출석한 마음가짐은 훌륭하다. 하지만 관용차를 타고 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공정거래위원장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장이지 시민단체 소장이 아니다.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개인이 아니며 '삼성 저격수'도 아니다. 때문에 법정에서 보여준 경솔한 행동은 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의 발언은 '공정'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다수였다.
김 위원장은 그가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다 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세우는 '경제활동의 기본질서 확립'에 힘이 실리고, '기업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