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의 도덕성 문제와 코드 인사 추궁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여권으로부터는 능력에 대한 의심을 샀다. 후보자로부터 "이번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내가 불벼락을 맞을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다"는 자조섞인 반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여야 막론하고 박능후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자문모임 '심천회' 출신 코드인사 ▲병역법 위반 ▲세금 탈루 ▲논문 중복게재·제자 박사학위 논문 가로채기 ▲건축법·농지법 위반 ▲위장전입 등 의혹을 놓고 날카로운 도덕성 검증을 벌였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인사 배제 5대 원칙 중 4가지를 어긴 것으로 파악된다"며 "더구나 대선 캠프 출신의 코드 인사로, 문 대통령이 입으로만 대탕평을 말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도 "수없이 많은 (문 대통령의) 자문그룹 중 7인으로 구성된 '심천회' 출신 인사들이 유독 이번 정부에서 많이 기용되고 있다"면서 "김수현 사회수석의 강력 추천으로 박 후보자가 지명됐다는 세간의 소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천회는 문 대통령이 18대 대선 패배 직후부터 운영해 온 자문그룹으로 박 후보자는 초기 멤버로 꼽힌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최근 낙마한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심천회 출신이다.
총 3차례의 위장전입 전력과, 그 중에서도 총선에 참여한 지인을 돕고자 했던 위장전입은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로 불거졌다. 아들 건강보험료 무임승차 의혹도 제기돼 '국민건강보험공단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낳았다.
박 후보자는 부인 이모 씨가 소유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나대지를 영농 목적으로 사들여 2007년 건축허가가 나기 전 위장전입한 뒤 밭에 시멘트 포장을 해 마당으로 쓰는 등 농지법을 위반, 불법 증축으로 건축법을 위반한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투기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아내가 전업 (조각) 작가로서 작업장을 갖고 싶어했던 열망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제가 사는 집을 사는 것보다 작업장을 먼저 지었다"고 해명했으나 관련 문제를 지적한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후보자의 구구한 변론을 듣자는 게 아니다"며 범법행위 지적으로 초점을 돌려놓았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도 "작업실은 커녕 생계가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부인 작업실을 위해 위장전입과 불법 건축을 해놓고 억울하다는 느낌을 주면 국민이 굉장히 화가 난다"고 경고했다.
1988년 총선에 출마한 지인에게 투표하려 부산에 위장전입한 사실도 드러난 가운데 박 후보자가 "당시엔 지금보다 많이 어렸고 은인을 돕기 위한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해명하자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부정 투표를 하려고 위장 전입을 한 것인데, 답변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일갈했다.
천정배 의원은 "결혼 주례를 서준 분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이를 돕고자 부산으로 주소를 옮긴 건 선거법 위반"이라며 "복지부 장관이 되겠다는 분의 준법의식과 책임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장관이 되면 '권력 농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연 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는 위장전입뿐 아니라 논문 중복 게재, 제자 논문 가로채기, 선거법 위반, 보건사회연구원 재직 시 특혜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며 "국무위원 후보자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넘어갔을 것 아니냐"라고 다그쳤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위장전입, 탈세 외에도 교통 법규 위반, 과태료 체납에 따른 차량 압류가 있었다"며 "내가 하면 정의, 남이 하면 적폐라는 '내정남적'이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재직 당시 학위 취득을 위해 유학을 갔다가 복직 기한 규정을 위반한 점, 교통 법규를 13번 위반해 자동차를 압류당했다가 장관 후보자가 되고서 뒤늦게 세금을 납부한 사실, 아들이 미국에서 월 700만원 이상 수입이 있음에도 박 후보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한 점 등을 꼬집은 것이다.
배우자에 대한 세금탈루 정황 의혹도 추가로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 2012년~2016년 4년간 197만5594원의 세금을 미납했다가 청와대 사전 검증이 있었던 올해 6월 19일 2012~2013년분을, 후보자 발표 이틀 뒤인 7월5일 2014·2016년도분 까지 모두 납부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석진 한국당 의원은 '박 후보자 본인이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추궁했고 박 후보자는 "얼마 전 '죄를 지을 때 그 자리에서 꽝하고 불벼락을 내리면 세상에 살아남을 자 아무도 없다'는 시를 봤다"며 "이번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내가 불벼락을 맞을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청문회를 마친 후 국민 평가가 나쁘거나 새 정부에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면 후보자를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라는 이어진 질문에는 "임명권자께서 적절히 판단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진사퇴와는 거리를 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장관으로서의 능력과 일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상희 의원은 "장관는 전문적 식견만으로 하는 자리가 아니다. 교수 출신 장관들은 전문성은 있어도 실질적인 리더십에 항상 문제가 됐다"면서 "박 후보자도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고 집단 간 이해관계도 복잡한 현안이 많은 부처라 이를 조정하고 해결할 능력이 필요한데, 이력을 보면 이를 확인할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노사정위원회 등 국가에서 시행하는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지난한 협상을 통해 갈등을 조정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혜숙 의원은 박 후보자가 지금껏 주장해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의 '즉각 폐지' 입장을 뒤집고 "단계적 폐지가 맞다"고 선회한 점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예산 제약상 현실적으로 제도를 없애기가 어렵다"면서 머지않아 모든 국민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복지위는 2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박능후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