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당대표간 19일 청와대 오찬 회동을 가진 여야 4당이 관심 현안 위주로 목소리를 내며 현 정부 첫 영수회담에 제각각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바른정당의 경우 보수정당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며, 국민의당은 야당으로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협치'를 요구하며 각당 정체성을 부각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의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호평하면서도 소수정당으로서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주요한 소통 통로로 활용하고자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가 야권과 정부의 그동안 외교 성과를 공유하는 계기였음을 강조하는 한편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야권에 재차 요구했다.
회동 참석자 중에서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가장 먼저 이날 오후 국회 복귀 후 기자회견을 열고 "(회동) 모두발언에서는 보수진영의 대표로 왔기 때문에 대통령께 '각당 대표는 각 진영과 지지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지만, 대통령은 5000만 국민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이기 때문에 치우치지 말고 전체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돼 주십사' 얘기를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비공개 회동 중 ▲정상외교 과정 등에서 보인 '대화' 중심 대북정책 기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방침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금지 제안 ▲사드 배치 지연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최저임금·비정규직 정책의 급진성 ▲탈원전 정책의 준비성 부족 ▲인사 부실검증 논란 등에 대한 우려를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오늘 안으로 해임해 달라"고 건의하는 한편 공무원 증원 정책 기조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탁현민 행정관, 추경안의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원, 인사 문제에 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9일 오전 청와대에 원내 5당 대표를 초청, 정상외교 성과 설명회 겸 오찬 회동을 가졌다. (문 대통령 제외 맨 왼쪽부터)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회동에 참석해 문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사진=청와대 제공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슷한 시각 국회 당대표실에서 회동 관련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이) '선거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버리자, 큰 강을 건넜으니 뗏목은 잊고 새로운 일을 하는 방향으로 협치를 하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느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회동에서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말로는 협치를 주장하면서 야당의 건전하고도 당연한 비판과 대안 요구에 대해서는 무조건 '정치공세다', '국정 발목잡기다' 하면서 정부·여당의 뜻대로 국회를 운영하려는 자세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는 여야 협치를 강조하며 야당으로서의 존재감 부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협조를 간곡히 요청하며 "일반 공무원의 증원은 저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해 쟁점을 거듭 부각시켰다.
그는 이혜훈 대표가 언급한 현안 외에도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 ▲전북 군산 현대조선소 중단과 전남 현안인 금호타이어 중국기업 매각 관련 책임있는 대책과 실천 ▲수해 피해지역에 대한 지체 없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정의당에서는 추혜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정미 대표가 문 대통령의 회동 주선에 감사의 뜻과 함께 문 대통령의 반려견인 '토리'를 위한 강아지용품을 전달, 동물복지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의 '신 베를린 선언'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달성 원칙을 분명히 하고 정책 혼란을 끝냈다고 호평했다고 전했다. 다만 야당으로서 정부의 최근 행보와 관련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요구사항으로 ▲5.24 조치 해제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선거제도 개선 ▲민간부문 비정규직·장시간 근로 대책 ▲생태환경 보존대책을 촉구했다고도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완주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에 대해 여야 4당 대표와 지난 외교 성과를 넘어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를 나누었고 "각 사안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해주셨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대표는 회동에서 야3당에 대해 "그동안 여당이 많은 양보를 했는데 추경과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당부한다"며 "협치는 국민을 위하는 것이지 여당이나 대통령만을 위한 게 아니다"며 문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회동에는 불참하고 심각한 비 피해를 입은 청주를 당원들과 함께 방문해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벌였다.
홍 대표는 앞서 현 정부여당의 과거 한미FTA 극력 반대와 구 한나라당(현 한국당) 비난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