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준경 미디어펜 논설위원 |
■ 세월호 대참사-학교측의 안일함과 선박회사의 책임론
세월호는 수학여행을 위해 승선한 안산 단원고 고 2 학생 325명과 인솔 교사 14명 및 일반승객 등 475명의 승객을 태우고 15일 밤 9시 인천항을 출발해 목적지인 제주도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배는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갑자기 큰 각으로 급선회를 한 후 배가 기울어지면서 침수되기 시작했다. 목포 해양경찰서 상황실에는 8시 58분경에 배 침몰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었다. 세월호는 급선회 후 100m 가량 남서쪽으로 이동한 뒤 1기간 가량 북쪽에서 표류하며 본격적으로 침몰했다.
세월호는 짙은 안개 때문에 예정 시간보다 2시간여 늦게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 수학여행 연기의견이 있었으나 학교 측은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했다. 학생들의 안전보다는 학교 측의 학사일정을 더욱 중시한 것이다. 지연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선박회사는 기존 안전한 항로가 아닌 지름길 항로를 택했다. 이는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무리하게 급선회를 하는 요인이 되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꽝하는 굉음과 함께 배가 확연히 기울어지고 침수가 시작될 때 선박회사 측은 배가 침수되어 물이 차오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 어떤 구조 안내나 설명 없이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멘트만 한 체 사태를 방관했다고 한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태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은 사고 발생 후 1시간도 안된 시점에 대부분 탈출해버리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였다. 세월호 승무원 29명 중 20명은 구조되었다. 나머지 사망하거나 실종된 9명의 승무원들은 이들의 책임과 비견되지 않는 선원 조리원, 사무장, 여 승무원,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사고 직후 선장의 지휘아래 승무원들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승객들을 선실 밖으로 대피시켜 구명보트로 안내했다면 참극이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직전까지 배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구조될 수 있는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 구조된 승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목까지 차오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배의 방향키를 잡고 있는 중요한 직책인 조타역할은 경력이 1년 조금 넘은 초급(3급) 항해사 박모 씨(26)였다고 한다. 그는 이 배에 투입된 지 5개월여밖에 안 된 상태였다. 항해사는 선장과 더불어 조타실에서 배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배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자리이다. 대형 여객선은 1급 베테랑 항해사가 맡아야 하는데 수백 명의 승객 목숨을 초보에게 맡긴 셈이다. 이는 이번 사고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또 배가 침수되고 있는데도 구명보트가 어디에 있다는 안내도 없었고, 아울러 그 중 1개밖에 펴지지 않아 승객들이 바다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는 긴급재난 시 대응 매뉴얼에 대한 승무원 교육이 전무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점에서 사고 선박인 청해진 해운에 대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 박근혜대통령이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
학교 측과 선박회사가 자신들의 편의적 이해보다는 학생들의 안전에 더 관심을 두었다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이번 참사에 대한 학교 측과 선박회사는 깊은 책임감을 통감해야 한다. 특히 이번 참사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인 청해진 해운의 행태는 국민적 공분 그 자체이다. 회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던진다는 각오로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무능·무책임한 정부의 구멍 난 재난 대응 시스템이 사태 더 악화시켜
안전행정부는 세월호 참사가 나기 5일 전인 지난 11일 유도선·여객선 안전관리 실태 점검 등 행락 시즌에 대한 안전 집중관리대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호언은 이번 대참사에서 보듯 거야 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안행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참사 발생 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탑승객 수와 실종자 수를 제대로 파악 못해 2시간 만에 구조자 수를 2배 넘게 발표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우왕좌왕(右往左往) 그 자체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이와 같은 재난 사고 시 가장 초등적인 위기 정도 및 사태 내용과 규모에 대한 오판은 사고초기 구조 인력· 장비 투입 등 기본적 후속 대책에 대한 방향을 왜곡시켰다. 이로 인해 보다 많은 생명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들을 실기했다.
대책본부의 이런 무능한 오판은 사고 초기인 16일 오전 구조에 잠수 인력 20명만을 투입시키게 만들었다. 이 기관은 참사의 엄청난 내용을 저녁 6시 30분쯤 되어서야 파악하고 인원을 178명으로 늘렸다. 또한 이는 해상 재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잠수 지원 능력을 갖춘 청해진함과 평택함이 사고 발생 하루가 다되어 갈 무렵인 17일 새벽에 현장에 도착하게 하는 치명적 잘못을 범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만약 안행부가 중심이 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참사의 내용실태와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준비된 해상재난 대응 매뉴얼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했다면 보다 많은 아까운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질 뿐이다.
해양수산부는 또 어떠했나! 사고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도 이들은 오전 11시까지 피해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 소리쳤다, 경기도 교육청도 이에 가세해 ‘학생 전원 구조’라고 떠벌렸다. 이들 정부 및 지방 교육청의 이런 무사태평한 안일한 인식과 재난 대응 능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그것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즉 안행부, 해수부. 해경 등 정부 부처 모두가 사고인지 직후 승객들을 선박에서 적극적으로 탈출시키고자 하는 초등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더 충격적인 내용은 모든 정부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마저도 이들 기관의 낙관론에 찬 보고를 받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총체적인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 무책임 의식으로 인해 선제 위기 대응능력에 구멍이 났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더 속출된 것이다. 통분할 노릇이다. 이 모든 사실들이 21세기 선진 경제대국의 문턱에 와 있는 대한민국의 현 자화상이라 생각하니 분노를 넘어 비참한 심경까지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정부는 명운을 걸고 구조에 나서라! 확실한 재난방지 대책 담보하라!
세월호 참사가 난 지 이틀 후인 18일 오후 현재 탑승승객 475명 중 구조 179명, 사망 27명, 실종 269 명으로 사고 내용이 파악되었다. 지금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도 정부의 사태에 대한 오판과 체계적이지 못한 구조 대응 시스템에 대해 통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피해현장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을 직접 만났다. 가족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정부가 이틀 동안 한 일이 뭐가 있느냐” “해상 구조하는 것을 못 봤다. 이게 국가냐” “우리가 속아도 너무 속았다”며 분노에 찬 어조로 절규했다. 또 자신의 자녀를 살려달라고 대통령을 붙들고 울며 하소연 했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자 처벌과 향후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답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그동안 정부의 안일한 사고와 판단, 무능한 위기 대응능력으로 인해 사태가 더욱 커졌다는 겸허한 성찰과 함께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그대로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에게 천명한 바와 같이 선박회사 뿐 아니라 사태를 키우는데 일조한 모든 정부 유관기관 책임자에 대해 향후 제발 방지차원에서라도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세월호 대참사는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은 뒤로 한 체 학사일정에 연연한 학교 측과 승객들의 안전보다는 돈만 벌면 된다는 영리에 눈 먼 사고 선박회사인 청해진 해운과 무능한 정부의 삼중창 하모니가 만들어낸 후진국 형 인재(人災) 그 자체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힘과 동시에 정부의 제대로 된 재난 및 위기 시스템 매뉴얼이 갖추어져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이번과 같은 해상 사고는 물론이고 어디서 일어날 줄 모르는 모든 재난에 대한 확실한 위기 대응 시스템 정비에 전력을 기울여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정권출범 초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그 초심의 마음속에 다시는 이 땅에서 방지할 수 있는 후진국형 인재(人災)의 발발로 무고한 국민의 생명이 죽어나가는 비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성준경=미디어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