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부자증세? 소득격차엔 분노하고 세금격차엔 침묵하는 사회

2017-07-23 12:3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현진권 경제평론가

정부정책의 방향은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현 정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격차'에 두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교수시절에 소득격차의 심각함을 정제되지 않은 통계를 통해, 젊은이들이 분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의 사령탑의 인식수준이 이정도니 정책방향은 확실히 한 방향으로 질주할 것 같다. 그래서 격차수준을 완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고 이번엔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고려하고 있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핀셋 증세'는 이들을 대상으로 경제처벌하는 것과 같다. 부자이고 대기업이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 아닌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고 정부가 정의의 칼을 휘드르는 꼴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부자와 대기업들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래서 세금부담 구조를 통해 그들의 공헌을 보자. 현재 최고 상위 1% 부자들이 전체 소득세수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약 40% 수준이다. 소득격차가 심각하다고 애기하지만,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소득점유율은 10% 기준으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소득격차'에 대한 분노는 있는데 '세금격차'에 대해선 아무도 애기하지 않는다. 상위 1% 부자가 40% 소득세 부담을 한다는 것은 이들 계층이 우리 사회에 주는 기여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지출되는 소득세수의 절반 가까운 몫을 단지 1% 소수가 부담하고 있다. 그들은 분노의 대상인가, 고마움의 대상인가?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한계세율을 높여서 누진구조를 강화한다고 한다. 전체 소득세의 40% 부담하는 상위 1% 부자와 거의 모든 법인세를 부담하는 1% 대기업은 '소득억제'할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를 더욱 어려운 길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진은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7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사진=청와대 제공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는 너무도 심각하다. 특히 대기업은 갑질하고 착취하는 주체로서 정부가 강하게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규모의 격차가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럼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의 격차는 어떨까?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약 80-90% 수준으로 부담한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상위 1% 대기업이 법인세를 전부 부담하고 있다. 

1% 대기업들이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출하는 거의 모든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세금부담에서 대기업 중심의 독점구조다. 세금부담을 독점하는 대기업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심각한 세금격차에 대해 누구 하나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금은 경제주체의 경제행위를 바꾼다. 세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본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세금을 자신이 가진 가치실현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경제적 효과란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 

우리도 중산층 이상 웬만한 가정이면 에어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에어콘을 작동하는 시간은 극히 적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전기료 부담 때문이다. 작년까지 같은 1kw 사용량에 대해 11배 차이의 누진적 전기요금 체계를 가졌다. 이런 차이로 인해 에어콘이 있어도 일년에 몇일만 사용하는 이상한 현실이었다. 이게 경제적 효과다. 요금체계의 급격한 누진구조는 '전기 소비'를 억제한다.  

소득세도 누진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최저 6%에서 최고 40%로 6배 이상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같은 천원의 소득에 대해 6%에서 40%의 차등 세부담이 적용되고 있다. 전기료 누진체계로 인해 '소비억제'가 발생하듯이, 소득세 누진구조로 인해 '소득억제' 행위가 발생할 것이다.

현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한계세율을 높여서 누진구조를 강화한다고 한다. 물론 부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이 높아지겠지만 이들 계층의 경제적 행위 변화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이다. 우리가 에어콘 가동을 억제하듯이 전체 소득세의 40% 부담하는 상위 1% 부자와 거의 모든 법인세를 부담하는 1% 대기업이 '소득억제'할 것이다. 

소득창출 경제행위를 억제한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도 멈출 수밖에 없다. '소득격차'를 통해 부자와 대기업을 경멸하는 논리로 '세금격차'를 통해 부자와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보자. 누구처럼 '소득격차'로 분노하라고 선동하지만 말고 '세금격차'로 부자와 대기업의 사회적 순기능을 이해시키자. /현진권 경제평론가   

[현진권]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