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잠수 요원들이 세월호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8일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경찰 등 관계 당국의 무성의한 늑장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장 책임자들은 무전기가 아닌 핸드폰으로 현장 상황을 묻는가 하면, 사고 발생 3일 만에서야 ‘상황실’에 이동식 상황판과 마이크가 설치되고 유선전화기는 이날 오후에나 설치되는 등 빈축을 사고 있다.
팽목항에 마련된 간이 천막에서 담요 하나로 비바람을 견디며 낭보를 기다리던 가족들은 해경 관계자의 무성의한 대답과 안이한 대처에 더없이 지쳐갔다.
▲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생존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은 민간 잠수부들이 배편이 제때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더욱 커졌다.
현장을 다녀온 학부모들이 "현장에서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수색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등의 소식을 전할 때마다 상황실에서 동요가 일었지만 정작 해경 책임자는 "현장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실종자 가족은 "휴대폰 배터리 떨어지면 일 안 할거냐"며 "첫날부터 무전기로 상황 소식을 빠르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는데 3일째 그대로다"라며 소리쳤다.
한 학부모는 "천암함 때와는 너무 다르다. 사고 난 배가 국가 재산이었다면 이렇게 했겠느냐"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민간 잠수부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항의할 때는 가만히 있더니 윗사람이 한마디 하니까 움직이더라"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대통령이 다녀가고 나서 여기 팽목항에 경찰들이 많아졌다"며 "이것 좀 봐라. 국민의 생존보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일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으로 넘어왔다는 한 실종자 가족은 "가장 최근에 발견된 학생의 시신이 부패가 전혀 없는, 숨진 지 1시간도 채 안 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금만 빨리 움직였으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16일 오전 8시58분께 진도군 조도면 병풍동 북쪽 1.8마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647톤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이 여객선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0여명과 교사 10여명, 승무원과 일반 승객 등 475명이 탑승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15일 오후 9시께 인천항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 이튿날 낮 12시께 제주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475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 중 28명이 숨지고 179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268명에 대해서는 수색작업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