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이틀 뒤면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가 첫 만남을 갖는다. 재계는 기업에 친화적이지 않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 기대보다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재계의 목소리 듣기보다는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재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재벌개혁 추진은 물론 최근에는 법인세 인상 논의까지 기업을 옥죄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과 28일 기업인들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경제인들과 의견을 교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의 취지를 "격의 없이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라고 밝혔지만 재계는 "무슨 말을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부터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재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법인세 인상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재계를 더 몰아붙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 경영 활동이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오히려 더 위축된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재계의 첫 만남이 제대로 이뤄질까하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만남 자체도 일방통행식으로 간담회를 몇일 남겨두고 통보를 해온 상황이어서 재계는 멘붕 상태다. 또 이번 간담회가 기업의 당면 현안보다는 일자리 문제, 2~3차 협력사와의 상생에 무게가 쏠려있다는 점도 재계는 썩 달갑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 및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당위성을 거론하며 주요 그룹에 정책 동참·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의 면전에서 법인세 및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주요 그룹에 동참·협조를 요청하면 재계는 겉으로는 “협력하겠다”고 하면서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갈 것이 뻔하다. 재계의 애로사항이나 불만 등은 말도 못 꺼내고 계속 쌓이기만 하게 된다.
그동안 재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에 의해 기업 경영이 좌지우지되는 사례를 숱하게 겪어 왔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재임 중 재계와 간담회에서 일방통행식 주문을 내놓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문 정부가 ‘소통’을 강조한 만큼 재계는 이번 간담회에서 대통령 이야기만 듣고 올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야 한다.
문 정부가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힌만큼 재계는 당장 시급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 눈치만 볼게 아니라 정규직 전환 문제,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한 현실을 정부에게 알려 합리적인 판단이 이뤄지도록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재계는 급격한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기업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운 점, 법인세 증세에 따른 국제경쟁력 약화 등 경영 일선에서 겪는 애로사항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다.
애초에 문 정부가 원하는 것도 동등한 위치에서의 '소통'이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지는 대통령과의 만남인 만큼 기업들은 정치 외풍에 휘둘려 온 고질병을 치유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