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의 경방이 한국에서 탈출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경방은 국내 상장기업 1호로 일제 강점기부터 섬유 면방의 리더였다. 인촌 김성수와 삼양사 창업주 김연수회장이 일제시절 주주공모방식으로 창업한 민족기업이다. 현 김준 회장의 할아버지 김용완 회장은 1945년 해방 후 경방사장을 맡아 섬유강국을 위한 면방산업을 일궜다. 2세 김각중 전회장이 가업을 승계했다.
민족기업을 상징해온 경방이 해외로 이전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김용완회장과 김각중 전회장은 재계총리인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리더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김준 회장은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시의 첨단 면사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총5만5000추의 설비중 절반인 2만5000추가 현지로 나가게 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한다.
경방쇼크는 일자리정부를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의 정책들이 재계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사례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무려 16.4%나 인상한 7530원으로 책정됐다. 경방측은 가파른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임금상승률도 한자리수로 안정돼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인건비비중이 높은 한계기업들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자칫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부정적 분석도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김회장의 고언은 뼈아프다. 비즈니스를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불투명성이라고 했다. 예측가능하지 않은 정책변수들이 많으면 기업들이 투자기를 주저한다. 한국처럼 정권이 바뀌었다고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는 등 불투명성이 가중되면 사업하기 힘들다는 것.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은 되레 경영여건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정책변수와 사업환경이 개도국 베트남보다 나쁘다는 비판이다.
베트남에는 글로벌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2억대이상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베트남수출액의 10%이상 차지한다. 사회주의국가임에도 해외기업에 대해 과감한 감세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인건비가 워낙 싼데다 노사문제가 없다.
면방업계는 경방 외에 대부분 해외로 나갈 태세를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다, 탈원자력정책으로 전기료마저 오르기 때문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일자리대통령을 선언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업무 1호가 청와대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청와대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해 고용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노동개혁 및 경제정책은 일자리창출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저소득층들의 일자리를 박탈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엔 알바월급이 편의점 사장보다 높아진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계산업들의 해외엑소더스가 확산될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용역업체 직원, 편의점 알바 등의 자리부터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점포마다 기업마다 아파트마다 무인 자동화기기가 확산될 것이다.
일자리정책을 협의의 정의잣대로만 재단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문재인정권의 핵심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을 사지로 내모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매출이 줄어들거나 정체상태인 편의점이나 중소기업에게 16.4%의 임금인상을 강요하는 것은 교각살우에 해당한다. 고용의 정의를 회복하겠다는 좌파정부의 의지가 되레 일자리를 빼앗는 정의롭지 못한 정책으로 변질된다.
문재인정부는 실질적인 일자리확대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노조의 기득권을 보호하면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화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국민혈세와 재정을 고갈시킨다. 공공부문의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방만한 재정투입은 나라곳간을 비우게 해서 다음세대에 심각한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후손들에게 대규모 카드사용 납부 고지서를 발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최저임금은 시장상황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방의 베트남 이전은 문재인식 소득주도정책과 최저임금 급등정책이 국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악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최저임금정책과 노동정책이 실행돼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