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전배치가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게 남아있는 해법에 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 28일 밤 기습적으로 ICBM급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가운데 실전배치 핵심 관건인 재진입체 기술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며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반대로 북한의 ICBM 개발 속도전을 저지할 뚜렷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 센터 석좌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시험 발사는 성공적이었다"며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것'과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성공적인 재진입은 달성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개발 속도가 느려지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우리는 효과적인 억제 방안과 강력한 군사력에 의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 미사일 성능 강화를 의제로 한미간 협상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 성능 개량은 문 대통령이 강조한 독자적 제재방안의 하나로도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미사일 지침 개정은 우리나라 차원의 독자제재에 포함될 수 있다"며 "독자적인 국방 안보체제, 특히 대북 미사일 대응방안의 하나로 확보해야 할 전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강력한 대북 압박의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투트랙 기조'를 분명히 한 상태다.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더 강한 채찍과 더 강한 당근을 제공하는 '과감하고도 근원적인' 해법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선택지가 넓지 않지만 적어도 대화의 동력 자체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미국의 북핵 문제 전문가 일부는 "정권 생존과 김씨 정권 영속이라는 유훈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압박만으로는 김정은의 계산법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며 "이를 바꾸려면 압박뿐 아니라 안전보장을 걸고 북한과 관계를 맺는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28일 ICBM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중인 열병식에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최초 공개한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정치권은 한 목소리다.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에 여야 정치권은 지난 30일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했다.
하지만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임시배치 결정에 대해 반응이 엇갈려 향후 ICBM해법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사드 4기 발사대 임시배치' 결정에 대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한·미동맹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사드 임시배치 결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이 고작 사드 4기 임시배치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추진이 전부"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분명하고 단호한 안보관"이라고 비판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은 하루아침에 발생한 일도 아니고 상존하는 위협요소"라며 "갑자기 전격 사드 배치로 이어지는 논리적 연결점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당 소속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의 ICBM 도발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발사 장소가 중국과의 국경에서 50㎞ 이내여서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