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산업 중 하나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추격전이 예사롭지 않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한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LCD를 1차 타깃으로 삼고 있다. 1~2년 후에는 10세대 이상의 LCD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생산라인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며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개발과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LC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OLED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OLED라는 판단에서다. 최고경영자(CEO)인 한상범 부회장부터 전 직원이 ‘OLED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약 17조원을 OLED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강점을 갖고 있는 대형 OLED 패널부터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전략이다.
이번 투자계획에는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OLED라인 신축이 포함된다. 중국 OLED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LG디스플레이 이사회는 총 자본금 2조6000억원 중 70%인 1조8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최대 TV 시장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라인을 활용해 OLED TV 시장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를 핑계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기술 기업들은 만큼은 중국이 몽니를 부리지 못하고 있다. 자국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이유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중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대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특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OLED에서의 기술 격차가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OLED 라인 신설을 두고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3년부터 중국 정부와 LCD를 생산하고 있다. 보안 시스템 구축은 물론 노하우가 풍부하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내 시설 핵심 라인에는 한국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측에서 불만 아닌 불만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내심 디스플레이 기술 획득을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서 OLED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중국은 LCD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 있지만 퀀텀 점프를 하지는 못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LCD 기술을 보유한 LG디스플레이의 기술이 흘러나갔다면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광저우 라인에서는 LCD 생산량이 9만장에서 18만장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차세대 기술 개발을 뒷받침 하는 있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하는 광저우 라인도 OLED 이후 미래 디스플레이 개발에 자양분 역할을 할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시설의 빠른 완공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에 광저우 공장 건설 승인을 요청했다. 정부는 사안은 검토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90일 이내에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중국은 시험생산라인을 구축하고 OLED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OLED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해도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OLED의 주도권을 내주면 ‘디스플레이 코리아’의 밝은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빠른 판단과 협조가 중요하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현지 OLED 생산라인 계획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경쟁력 강화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