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의 눈과 귀가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 쏠려있다.
기아차가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3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 경우 매년 3000억원을 노조에 지급해야 한다. 기아차는 지난 2분기 3896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전년에 비해 무려 53%나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7400억원. 추가비용 3조원은 기아차의 한해 순이익을 넘는다. 회사는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회사로선 예기치 않은 블랙스완을 맞이하는 셈이다.
이는 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 한국GM 등 모든 완성차업계가 추가인건비 부담에 휘말리게 된다.
패소할 경우 기아차로선 설상가상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중국의 치졸한 사드보복에 따라 현지판매가 40%가량 급감한 것이 심각한 악재다. 전략시장인 미국에서도 줄었다. 주력시장 판매감소에다 전투노조의 하계 파업까지 겹쳤다.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노조는 이미 기본급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65세로의 정년연장, 차세대차종 국내공장 우선배치, 총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현대차는 올해로 6년째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62년 노사화합 대선언이후 55년째 무파업을 이어가는 일본 도요타의 노사화합과 상생, 동반성장이 한국자동차산업에선 딴나라이야기로 들린다.
노사합심으로 신차 생산과 글로벌 판매강화에 나서야 할 기아차가 내우외환의 극심한 악재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자동차업계는 노사가 고통분담을 통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외국 경쟁사들은 친환경차량과 4차산업시대의 주도권잡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아차는 노조의 발목잡기와 소송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통상임금을 다루는 서울지방법원 판결은 17일 이루어진다. 쟁점은 통상임금이 일률성과 고정성 정기성을 갖느냐 여부다. 기아차근로자는 연간 700% 상여금을 받아왔다. 기아차 상여금은 대법원이 2013년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내린 기준에 부합한다. 회사로선 불리하다.
현대차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했다. 노사협약에 한달 15일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근로자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고정성이 없는 것이다. 기아차는 이런 규정이 없다.
노조는 2011년 10월 2만7458명이 회사측을 상대로 체불임금 청구를 위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그동안의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산정해 미지급 임금을 달라는 게 요지다. 임금채권은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노조는 소송 제기 시점을 감안해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1인당 총 66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이기면 추가 임금과 법정이자등을 포함하면 노조원 1인당 최대 1억원을 챙기게 된다.
기아차로선 감내하기 힘든 추가비용이다. 판매와 순이익이 격감한 상태에서 3조원의 추가인건비를 부담할 경우 신차개발과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 재무구조도 급격히 나빠진다. 현대차노조도 비슷한 임금보전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벌일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한국자동차산업의 견인차인 현대차, 기아차가 통상임금 문제로 벼랑에 서게 된다.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 통상임금 리스크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판결이 17일 서울지법에서 이루어진다. 회사가 패소할 경우 무려 3조원의 추가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 한해 영업이익을 웃도는 금액이다. 법원은 회사가 경영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대법원의 신의칙원칙을 준용해야 한다. 현대차 기아차 사옥/미디어펜
문제는 대법원이 강조한 신의성실원칙에 있다. 이 원칙이 기아차에 적용될 경우 기아차로선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가 있다면 근로자의 임금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노조의 임금청구가 회사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도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후 하급법원은 이를 준용했다. 현대로템, 현대중공업, 한국GM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신의칙을 적용했다. 노조가 승소할 경우 이들 회사들은 대규모 적자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회사의 경영상의 위기를 중시한 셈이다.
기아차 노조가 승소할 경우 한국자동차산업은 중대 고비를 맞게 된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판매급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과도하게 상승하면 현대차 기아차의 경쟁력은 위기를 맞는다. 국내공장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강성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사업장내 전환배치나 공장간 물량조절도 불가능하다. 한국자동차업계만 겪는 노조의 뒷다리잡기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최근 8개월치 시내버스 일감(2000여대)을 따놓고도 노조의 거부로 생산증대를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노조는 버스외에 다른 차종도 늘려야 한다며 완강하게 증산을 거부했다. 버스 회사들은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현대차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중국버스업체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노조가 제밥그릇을 걷어차는 자해행위를 벌이고도 임금은 매년 큰 폭으로 올려달라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기아차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 근로자임금은 연평균 9200만원으로 독일 폭스바겐(8000만원), 도요타(7900만원)보다 훨씬 높다. 현대차 기아차 노조는 거의 매년 지나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매년 수조원대 매출감소를 입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소송이 한국자동차산업의 기반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원이 신의칙원칙을 감안해서 판결해야 한다. 대규모 경영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노조원이 제몫만 챙기는 소송에 매달리면 기아차의 경쟁력은 급격히 상실된다.
기아차는 사드보복 후유증으로 중국판매가 절반가량 급감하고 있다. 생산 판매 수출감소 등 트리플위기를 맞고 있다. 노조는 설상가상으로 파업까지 결의한 상태다. 통상임금패소까지 겹칠 경우 재무구조 악화로 미래차 개발투자 여력 감소 등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소형SUV 스토닉.
기아차와 현대차의 생산성은 경쟁사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차량 한 대 만들 때 들어가는 시간(HPV)는 국내자동차업체는 26.8시간으로 GM(23.4시간), 도요타(24.1시간)에 비해 뒤떨어진다.
송호근 서울대교수는 <가보지 않은 길>이란 저서에서 현대차 일부 근로자의 경우 라인에서 휴대폰을 보거나 노래를 듣는 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고임금을 즐기면서 정작 라인현장에서의 치열함이나 성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아차라인이라고 현대차와 비슷한 모럴해저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자동차노조는 철밥통, 귀족노조로 불리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일자리로 부상했다.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다. 이것도 모자라 상여금을 지렛대로 추가임금 소송까지 벌이는 것은 회사를 더욱 어렵게 하는 악재다. 현대차 기아차 모두 생산 수출 판매 감소 등 전례없는 트리플 위기를 맞고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조가 내몫만 지키려 한다면 노사 모두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
노조는 우물안개구리를 벗어나야 한다. 미국 독일 일본자동차업계 노조가 어떻게 고통분담을 통해 미래자동차시장의 주도권잡기에 나서는지 주시해야 한다. 법원은 기아차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숙고해서 판결해야 한다.
이대로가면 현대차 기아차만 후진하게 된다. 경쟁국 업체들은 현대차, 기아차를 따돌리고 저만치 앞서서 질주하게 된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연관산업효과가 국내 산업에서 가장 높다. 협력업체등을 감안하면 수백만명이 현대차와 기아차와 연계돼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제조업의 기둥이 무너지는 것은 결단코 저지해야 한다.
통상임금 리스크는 자동차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통상임금 폭탄이 자동차업계에 터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