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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삼성 이재용 최종변론 "박영수 주장은 연좌제…근거없는 견강부회"

2017-08-08 11:40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삼성측 변호인단은 7일 오후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311호 법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공판 최종변론에서 "특검의 주장은 연좌제나 다름 없고 근거 없는 견강부회(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붙여 본인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뜻)"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날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있느냐, 그것이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설 수 있느냐 오로지 그것만이 문제"라면서 "특검이 제출한 정황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 간접사실을 모두 보아도 사건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특검의 중형 구형 및 그에 대한 주장에 관해 "20여년 전 에버랜드 사건을 새삼 들추는 특검의 주장은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3항의 정신을 잊고 있는 것"이라며 "사건 실체 및 본질과 무관하게 부여한 의미 때문에 결국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견강부회식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주장은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면서 "공소사실에는 특검의 일방적인 추측만이 난무하고 재판부에게 예단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기재된 부분이 많았으며 이는 증거 부족을 넘어서려는 특검의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특검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사건 공소장은 범죄사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며 "공소장에는 피고인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과거의 사실이 잔뜩 기재되어 있었고 그 사실관계가 잘못되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이 사건에 관한 각 지원행위를 하면서 대가를 결코 바란 적이 없없다"며 "특검의 주장이 법적 논증에 애써 눈감으면서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7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특검의 주장이 견강부회라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삼성측 변호인단이 밝힌 최종변론 전문이다.

<최종변론>

1. 소회

특검의 구형 의견을 들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고인들과 삼성에 대한 특검의 오해와 불신이 너무 깊은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재판을 통해서 그러한 오해와 불신이 해소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변호인의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 3월 9일 제1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3회의 공판준비기일과 53회의 공판기일이 진행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매 기일 하나하나가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모든 재판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은 재판장님과 두 분 판사님들입니다. 연일 심야까지 계속되는 기일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재판을 잘 이끌어주셨고, 변호인과 특검의 때로는 도를 넘는 공방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셨습니다.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너무도 힘든 가운데에서도, 오로지 재판에만 집중하고 변론에 혼신의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재판부에 대한 존경과 신뢰 때문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아울러 존경하는 특검과 파견 검사님들의 노고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도와주신 법원 관계자분들께도 모두 감사를 드립니다.

2. 들어가며

특검은 이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 재판이 세기의 재판이라고 공언하였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하 “국정농단 사건”)의 본체이자, 정경유착 근절의 본보기가 될 사건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또한 에버랜드 사건에서부터 이어져온, 삼성의 편법승계에 대하여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제2차 삼성특검이라는 말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특검의 주장처럼, 과연 이 사건이 국정농단 사건의 본체이자 정경유착 근절의 본보기가 되어야 할 사건인지, 아니면 그와 같은 특검의 주장이 법률가로서 당연히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할 법적 논증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fallacy of argumentum ad populum)를 범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건의 당사자도 전혀 다르고,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도 전혀 다른, 무려 20여 년 전 에버랜드 사건을 새삼 들추어 내면서 이 사건과 관련지우는 시도야말로, “논점 일탈의 오류”(fallacy of ignoratio elenchi)라고 하는 또 하나의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여,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3항의 정신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변호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법률가로서 많은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검이 이 사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변호인이 걱정을 하는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바로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이 선언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 제307조가 선언하고 있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특검이 이 사건의 실체 및 본질과 무관하게 부여한 의미 때문에, 증거 없는 사실인정이나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 이루어지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그들의 진정한 의사와 다르게 평가받는 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사실 변호인의 이러한 걱정은 이 사건 공소장을 받아 보았을 때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특검은 이 사건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언하였지만, 정작 이 사건 공소장에는 범죄사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피고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과거의 사실이 잔뜩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막상 핵심이 되는 범죄사실 부분에 이르러서는, “~~~ 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공소장 26쪽), “~~~을 이해하고 있었다”(26쪽), “~~~이라고 마음먹고 ~~~을 수락함으로써”(27쪽, 28쪽, 30쪽, 36쪽, 38쪽), “~~~이라고 생각하고 ~~~을 수락함으로써”(27쪽, 29쪽, 31쪽, 36쪽, 38쪽), “~~~하기로 마음먹었다”(42쪽, 45쪽)는 등 특검의 일방적인 추측만이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 변호인의 기억에 이런 방식으로 작성된 공소장은, 특검이 되새김질하는 에버랜드 사건이 일어나기도 더 전에, 바로 이 건물에서 적지 않게 읽어 보았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이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더욱이 이 사건 공소장에는 법관에게 예단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기재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 중 한 부분이 지난 공판기일에 논쟁이 되었던, 3차 단독 면담 부분입니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대통령이 3차 단독 면담 당시, 피고인 이재용에게 “정유라를 잘 지원해 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직접인용 부호인 큰 따옴표까지 사용하여 기재하였습니다. 큰 따옴표라는 문장부호가 글 가운데서 직접 대화를 표시하거나, 남의 말이나 글을 직접 인용할 때에 쓴다는 것쯤을 특검이 모를 리 있겠습니까? 그런데, 지난 공방기일에서 재판장님께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무엇이냐고 물으시자, 특검은 “정확한 워딩에 대한 증거는 없고 취지를 그렇게 표시한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공소장이 논문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렇게 기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변호인들은 처음 제출한 변호인의견서(1)(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본적 문제점)에서, 이 사건 공소장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변호인은 그 주장의 수많은 근거 중 하나로, 이 부분 기재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즉, 이 부분 기재는 직접 따옴표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그러한 대화가 실제 있었던 것 같은 인상을 주어 법관에게 예단을 주기에 충분하므로, 이 사건 공소장은 위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공방에서의 특검의 답변은, 이 사건 공소장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인정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에 더 나아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에게, 정유라를 직접 명시적으로 언급하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은 사실은 거짓이었다고 자인한 것입니다.

결국 특검이 이 사건에 도를 넘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공소장일본주의 원칙까지 위반한 것은, 증거의 부족을 넘어서려는 일종의 고육책임이 분명합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특검이 임의로 부여한 이 사건의 의미가 아닙니다. 과연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있느냐, 그것이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설 수 있느냐 오로지 그것만이 문제될 뿐입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특검이 이 사건 전 공판과정에서 제출한 정황증거들로써 인정될 수 있는 간접사실을, 모조리 다 모아 보아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도저히 뒷받침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 견강부회식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또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주장은,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무죄의 추정을 번복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한 것입니다.

3. 이 사건 공소사실의 부당성

이 사건 공소사실의 부당성에 관해서는, 별도로 변론요지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만, 특검이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잘못되었다는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하면서 결코 대가를 바란 일이 없었다는 점, 이 사건 공소사실에 심각한 법리 오해와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간략히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에 관하여

우선 특검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승마, 재단, 영재센터 등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특검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그 성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는, 대통령, 청와대, 김종 차관 등에 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따라 결정되고, 이행되었다는 공통된 성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원 이후, 최서원과 그 측근들에 의해 변질되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최서원과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통해 비로소 밝혀진, 최서원의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 등을 잘 알면서, 오히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지원을 하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특검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점이 이 사건 공판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① 먼저 이 사건 승마지원의 경우, 대통령은 세 차례의 단독 면담에서 한 번도 정유라를 언급한 사실이 없습니다. 특검이 공판 과정 내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안종범 수첩에서조차도 ‘정유라’라는 이름은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원하였다면, 이를 피고인 이재용에게 말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특검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돕는 대가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대통령이 직접 말하지 못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즉,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은 대통령의 요청 사항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은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최서원의 강요 내지 공갈에 의한 것입니다. 최서원은 박원오를 통해, 대통령과의 관계, 나아가 자신의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알려주면서, 삼성이 올림픽 승마지원을 하는 기회에, 정유라를 포함시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 후 삼성이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주자, 최서원은 다른 선수들의 선발을 방해하면서, 삼성이 하는 올림픽 지원의 혜택을 정유라가 독차지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승마지원의 성격에 대해서는, 강요, 공갈, 사기 등 궁극적으로 다양한 법적 평가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뇌물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② 다음으로 미르 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출연의 경우, 청와대의 주도와 전경련의 요청으로 진행된 재단설립 절차에, 삼성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수동적으로 참여하였을 뿐입니다.

재단설립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세부적인 활동계획 등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⑴ 중국 리커창 총리의 방한 때 MOU를 체결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의 행사에 참여하는 재단으로 설명된 점, ⑵ 청와대경제수석, 문체부, 전경련 등이 관여되어 있었던 점, ⑶ 삼성뿐만 아니라 재계 서열 상위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하였으며, 그 기업들도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출연에 응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재단이 사적으로 유용될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특검은 삼성의 경우, 배후에 최서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출연에 응했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이 더 적극적으로 출연에 응하거나, 앞장서서 다른 기업들을 설득하는 등 삼성만이 최서원의 존재를 알았다고 볼 어떠한 정황증거도 없습니다. 

③ 영재센터 1차 후원의 경우, 대한빙상연맹 회장인 김재열 사장이 김종 전 차관의 요구를 받고, 빙상연맹 회장사이자 올림픽 공식후원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진행한 것입니다. 피고인들이 후원을 결정하고, 진행한 것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은 물론이고 삼성 임직원 중 어느 누구도, 최서원이 영재센터를 설립하고, 최서원의 조카인 장시호가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애써 김종의 역할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종이 영재센터의 설립, 인사 구성, 운영, 후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깊숙이 관여하였다는 점은, 복수의 증거에 의해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종이 삼성전자의 후원에 관여하였다는 점은, 최서원, 장시호, 이규혁, 박재혁 등의 진술을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는 내용이며, 특검의 주장과 같이 ‘메신저’ 정도의 역할을 하였던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는, 공방기일에서 보신 바와 같습니다. 그리고 특검이 김종의 역할을 이와 같이 축소시킨 배경이 무엇이든지 간에, 변호인은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가 일정 부분 왜곡되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영재센터 2차 후원의 경우, 피고인 이재용은 이에 관여한 사실이 없습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초기부터 제기해 왔던, 3차 단독 면담시간에 관한 주장을 극구 외면하여 오다가, 뒤늦게 지난 제52회 공판기일에서야 종전에 3차 단독 면담시간이라고 주장하던 “오후” 부분을 비로소 삭제하였습니다. 특검은 또한 봉투의 전달경위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에게 “직접” 전달하였다는 부분도 삭제하였습니다. 특검 스스로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였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로써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으로부터 봉투를 전달받지 않았음이 명확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관련 증거에 의할 때, 3차 단독 면담시간이 오전이었다는 점과, 그 시간에 대통령이 봉투를 받아 피고인 이재용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였다는 점이 너무도 분명하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단순히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관계까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 사건 각 지원 경위에 관한 특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나. 부정한 청탁의 존부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와 관련해서 대가를 바란 일이 결코 없습니다. 사실 특검 주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그 지원에 관계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대가에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존재하지도 않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입니다.

특검은 처음 출범 당시부터, 이미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국정농단의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였다는 시각을 갖고 수사에 임하였습니다.

여기에는 그간 우리 사회의, 삼성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편견이 밑바탕에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은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할 것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총수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한 조직이다”, “다른 기업이라면 몰라도, 정보력이 막강한 삼성이라면 당연히 최서원의 존재는 물론이고, 그의 대통령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까지 미리 알았을 것이다”라는 등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특검은 그동안 국정농단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수사를 하였고, 또 이미 수십여 차례에 걸친 공판이 진행되었음에도, 정작 이들 의혹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확신합니다.

우선 특검이 공소장에서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개별 현안들 중에,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 증가를 가져온 것이 무엇이 있었습니까? 설령 특검 주장의 ‘승계작업’ 과정이 모두 마무리 되더라도,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습니다.

누누이 강조하였습니다만, 삼성전자는 더 이상, 일부 추가의결권의 확보로써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작은 회사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 이재용은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삼성전자 내 사업부 구조조정이나, M&A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려고 한 적도 없지만, 삼성의 주주들이나 우리 사회가 그것을 용납하지도 않을 일입니다. 
다음으로 어떻게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나 국내 유수의 언론들도 알지 못했던, 최서원의 존재와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삼성이 2015. 7. 이전에 미리 알고 정유라 지원을 결정할 수 있었겠습니까? 삼성이 2015. 8. 승마지원 과정에서 비로소 최서원의 존재와 그 영향력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삼성의 정보력이 막강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최서원이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을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총수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라는 것입니까? 공소장에서 문제 삼고 있는 삼성의 현안들은, 대부분 그룹 내 여러 계열사가 관련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계열사 간 이해조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미래전략실 본연의 업무인 것입니다. 미래전략실은 바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였던 것이고, 김상조 증인조차도 그룹에 있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인정하였습니다.

특검은 미래전략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을 두고, 마치 피고인 이재용 개인의 사익을 위해 봉사한 것인양,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다양한 현안들을, 모두 피고인 이재용 개인을 위한 일로 보는 데에서 비롯된, 지독한 편견일 뿐입니다. 

특검은 세간에서 제기하는 이와 같은 의혹과 선입견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반영한 나머지, 피고인 이재용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을 필두로 한, 소위 ‘승계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하여,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이 사건 지원에 이르렀다고 주장합니다. 때문에 변호인으로서는 소위 ‘승계작업’이란 것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검 주장의 소위 ‘승계작업’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갖는 의미는 실로 지대합니다. 왜냐하면 특검은 소위 ‘승계작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경영상 필요에 따라 발생하는 사업구조개편 등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현안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피고인 이재용의 개인사인 ‘승계작업’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나아가 나머지 피고인들은 삼성이 아닌 피고인 이재용 개인의 사익에 봉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특검 주장과 같은 내용의 ‘승계작업’이 존재하고, 피고인 이재용이 이를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왔다는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을 통하여 증명되어야 합니다. 법원에 현저하여 증명이 필요 없는 불요증사실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특검은 이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이자, 특검 스스로 세기의 재판이라고 평가한 이 사건 재판의 출발점이기도 한, ‘승계작업’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의 지배구조개편에 관한 증권사리포트, 관련 정부부처의 예상이나 일부 시민운동가의 의견이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특검은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삼인성호”[한비자,〈내저설(內儲說)〉편]의 우를 범한 것입니다.

또한 단언하건대, 특검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내용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앞으로도 제출될 수 없음을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의 종착점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입니다. 그런데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는 그 개념상 반드시 사업지주회사의 존재를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삼성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업지주회사 전환은, 피고인 이재용의 의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입니다. 특검 스스로도 공소장에서 ‘승계작업’ 과정에 사업지주회사 전환을 포함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의 몇 안 되는 과정 중, “이 사건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고리 해소시 삼성물산 의결권 손실 최소화 과정”이라는 것과 바로 그 다음 과정인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 공판과정에서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결국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이란 존재하지도 않지만,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특검은 다른 기업은 몰라도, 삼성만은 최순실의 존재와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할 때에는, 마치 삼성을 전지전능한 것인 양 취급하다가, 소위 ‘승계작업’의 존재를 주장할 때에는, 삼성을 앞뒤 논리도 서지 않는 엉터리 승계작업을 수립해서 추진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검은 한편에서는 피고인 이재용이 이건희 회장을 아직 승계하지 못하였음을 전제로, 소위 ‘승계작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또다른 한편에서는 피고인 이재용이 이미 이건희 회장을 승계한 것과 마찬가지 지위에서, 미래전략실에 지시하고 보고를 받는 관계라고 주장하는 이중적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이 얼마나 모순으로 가득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 밖에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의 허구성을 뒷받침하는 많은 논거들은, 이미 제출한 의견서에서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사료되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음으로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3자뇌물수수죄에 있어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려면, 우선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내용이 특정되고, 다음으로 제공되는 이익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게다가 특검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의 대가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대통령이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개별 현안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나아가 우선 특검 주장과 같은 승계작업의 존재와 그 내용을 인식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바로 그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주는 대가라는 점을 인식하거나 양해하였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어야 할 승계작업의 내용이란,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개별 현안이 아니라, 특검 주장과 같은 순서로 이어지고 논리적 상관성을 갖는 유기적 과정으로서의 ‘승계작업’을 의미한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특검 주장의 ‘승계작업’이라는 것 자체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엉터리 ‘승계작업’이 존재할 수도 없음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특검 주장과 같은 내용의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식할 여지가 없습니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결과이지만, 대통령이 특검 주장과 같은 내용의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나아가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바로 그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주는 대가라는 점을 인식하고 양해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아무런 증거도 없습니다.

심지어 특검이, 결심을 불과 며칠 앞두고 뒤늦게 제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 등에 의하더라도, 청와대가 인식한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경영실적을 통해 이재용 체제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대통령이 인식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대통령이 특검 주장과 같은 ‘승계작업’에 관하여, 안종범이나 그 밖의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는 점은, 이 사건 핵심 쟁점인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강력한 정황사실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먼저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의 대가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요구하였다는 공소사실과는 더더욱 양립할 수 없는 사정입니다. 공판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안종범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대통령의 심복이었습니다. 기업 총수들과의 단독 면담 일정을 잡고,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에도 관여하였습니다. 심지어 하나은행 이상화에 대한 인사청탁 등 대통령의 비공식 지시도 모두 받아 이행하였던 사람입니다. 안종범은 근무기간 동안, 대통령이 공식, 비공식으로 한 말을 거의 다 받아 적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견된 수첩만도 60여권이 넘습니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을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안종범 수첩 어디에도 ‘경영권 승계’라는 단어조차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일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려고 하였다면, 측근이자 심복인 안종범의 수첩에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에게, 특검 주장과 같은 소위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는 특검의 주장은, 근거 자체도 모호하기 그지없습니다.

우선 특검은 2014. 9. 15. 1차 단독 면담시에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특검은 공소장 자체에서도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였다고만 기재하고 있을 뿐, 도대체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에 어떠한 내용의 청탁이, 어떤 방식으로 오고갔는지 전혀 특정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1차 단독 면담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의 기회에, 사전 예고도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그것도 불과 5분도 안될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이 특검 주장과 같은 내용의 거대한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대통령에게 청탁하면서, 이와 같이 사전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요구한 우연한 만남에서, 그것도 바깥에서는 행사에 함께 참석한 일행들이 테이프컷팅을 위해 기다리고 상황에서, 불과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해치웠다는 것이, 도대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주장입니까?

더구나 특검 주장과 같이 1차 단독 면담시 부정한 청탁과 뇌물수수의 합의가 있었다면, 곧바로 이어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무산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요? 2015. 7. 25. 2차 단독 면담에서, 대통령이 승마협회에 대한 운영이나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상황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사실 특검 스스로도 2014. 9. 15. 1차 단독 면담시,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자신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문에 특검은 공소장에 적시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느닷없이 2014. 9.경 청와대 안가에서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에 또 다른 단독 면담이 있었다고 주장하였고, 이 부분 입증에 진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이재용은 특검 주장과 달리, 그 무렵 청와대 안가에서든 어디에서든 단독 면담을 한 사실이 결코 없습니다. 

또한 특검이 2015. 7. 25. 2차 단독 면담시 ‘승계작업’에 대한 청탁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사실상 소위 ‘말씀참고자료’뿐입니다. 그런데 해당 말씀참고자료는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게, 담당 행정관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만든 것일 뿐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이 말씀참고자료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말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공판과정에서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안종범은 만약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에게 경영권 승계 문제에 관하여 언급하였다면, 자신의 수첩에 관련 내용이 기재되었을 것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

결국 특검은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를 정리한 대통령 말씀참고자료를, 급기야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에게 한 말씀으로 둔갑시키고, 이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공소장에 기재함으로써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의 핵심적 토대로 삼은 것입니다.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검이 2014. 9. 15. 1차 단독 면담시부터 소위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포괄적 청탁’을 주장하는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소위 ‘승계작업에 대한 포괄적 청탁’을 주장하지 않으면,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개별 현안들을 승계작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일련의 행위로 포섭시킬 수 없고, 각각의 개별 현안들만으로는 그 시기나 내용면에서,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의 단독 면담시, 청탁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승계작업’이라는 가공의 틀이 없으면, 피고인 이재용의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도저히 상정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특검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특검은 소위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여러 과정 중에서도 이 사건 합병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합병은 2014. 9. 15. 1차 단독 면담 당시에는, 합병 당사회사 중 제일모직이 상장조차 되어 있지 않아 애당초 거론도 되지 않았고, 2015. 7. 25. 2차 단독 면담 당시에는, 이미 합병 찬성 주주총회 결의까지 마진 상태였습니다. 즉 시기상으로 피고인 이재용이 단독 면담시 대통령에게 청탁할래야 청탁할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 합병 이야기를 꺼낸 김에 이 사건 합병에 관하여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 합병에 대해서는 세간에 많은 오해와 불신이 있었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거나,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대주주인 피고인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정해졌다거나, 명분 없고 부당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그룹이 전방위적인 로비를 전개하여 무리하게 주주총회 결의를 얻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동안의 재판과정에서, 그와 같은 세간의 오해 중 사실로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단적으로 합병비율에 대해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특검은 ISS 등 자문기관의 의견서 등을 근거로 합병비율의 부당성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자문기관의 의견이 어떻게 시장원리에 따라, 그것도 완전경쟁시장인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보다 기업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특정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제공해 준 자문기관의 의견이, 어떻게 바로 자기 자신의 돈을 걸고 의사결정을 한 투자자들의 판단에 우선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특검의 주장은 시장원리를 부정하고, 실질적으로 이 사건 합병당사회사들이 자본시장법상 중대한 범죄행위인 주가조작을 하였다는 것에 다름 아닌데, 도대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주가조작을 했다는 증거가 있었던지요?

이 부분에 관하여는, 이미 공판과정에서도 이 사건 핵심 쟁점과 거리가 있다는 재판장님의 지적을 수회 받은 상태이므로, 이만 약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합병비율이 불공정하여 서민의 노후자금원인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게 하였고, 이로 인해 대주주 일가가 이득을 취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이 사건 합병을 성원해 주신 국민들과 특히 소액주주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피고인 이재용으로서는 그 어떤 공소사실보다 억울해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피고인들은 물론이고 어떤 삼성 관계자들도, 이 사건 합병 성사를 위해 청와대와 정부기관에 로비를 한 사실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통령이 이 사건 합병 성사를 지시하였다거나, 청와대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에 이 사건 합병 성사를 지시한 사실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안종범 수첩에는 물론이고, 안종범·문형표·김진수 간 수년간의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합병’이란 언급 자체가 없었습니다.

결국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이란,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부족을 감추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모두 “피고인 이재용의 사익”을 위한 것으로 왜곡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입니다.. 

한편, 특검 스스로도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의 3차례 단독 면담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은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의 3차례 단독 면담시에, 이미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굳이 ‘승계작업’을 구성하는 개별 현안들에 대해서는, 이와는 별도로, 피고인 이재용이 미래전략실을 통해 청와대, 정부부처 등에 청탁하는 방법으로, 간접적, 묵시적 청탁을 하였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러한 미래전략실 등을 통한 개별 현안들의 청탁은, ‘승계작업’에 대한 포괄적 청탁의 의미도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특검이 주장하는 이러한 간접적, 묵시적 청탁이라는 것의 실상은, 각 계열사의 개별 현안에 관하여 업무담당자들이 주무부서 등에 대하여 적법하고도 필요한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합니다. 공소장에 기재된 몇 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특검이 이름조차 밝히지 못한 삼성 임원이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참석한 간담회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일, 피고인 박상진이 2015. 7. 10. 전경련 정책위 조찬회의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일, 2015. 11. 김중중 사장이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법률의견을 개진한 일 등은, 증거관계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피고인 이재용이 지시할만한 내용도 아니며, 대통령이 보고받을 만한 내용은 더더욱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특검의 주장과 같이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에 단독 면담을 통해, 소위 ‘승계작업’과 이를 구성하는 개별 현안들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이 이루어졌다면, 당연히 어떤 형태로든지 대통령이 청와대 등을 통해 도움을 주도록 지시하고, 피고인 이재용 또한 미래전략실 등에게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는 내용이 전달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 공판과정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이미 피고인 이재용에게 ‘승계작업’을 도와주기로 하였다는데, 삼성 임직원들이 별도로 정부부처 등에 청탁할 이유는 또 무엇이라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삼성그룹의 일상적인 경영활동마저 모조리 청탁으로 몰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특검 주장대로라면 앞으로 삼성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은 어떤 공무원도 만나지 말아야 하고, 공무원에 대하여 어떠한 의견 개진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 부당성에 의문이 있는지요?

결국 소위 ‘승계작업’에 관하여,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의 3차례 단독 면담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거나, 피고인 이재용이 미래전략실 등을 통해 간접적인 청탁을 하였다는 특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간의 공판과정에서 충분히 확인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다. 법리적 오류와 모순점

마지막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나 특검의 주장에는 심각한 법리적 오류와 모순점에 있다는 점입니다.

① 단순뇌물죄 공동정범 적용의 오류

먼저, 특검은 재단, 영재센터 지원행위와는 달리, 이 사건 승마지원에 대하여는 제3자뇌물수수죄에 대향하는 뇌물공여죄가 아니라, 단순수뢰죄에 대향하는 뇌물공여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즉, 특검은 (이 사건 승마지원을 대통령이 아닌 최서원이 받았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대통령과 최서원이 제3자뇌물수수죄가 아닌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이고, 피고인들은 단순수뢰죄에 대향하는 뇌물공여죄를 범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관한 법리 논쟁은 단순한 이론적 흥밋거리가 아니라, 범죄의 구성요건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다소 이론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특검이 주장하는 단순뇌물죄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형법은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단순수뢰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별하고 있습니다. 그 구별기준은 매우 단순합니다. 뇌물이 공무원에게 귀속되었느냐, 제3자에게 귀속되었느냐만 살피면 되는 문제입니다. 이 사건에서 삼성이 지원한 돈 중 단돈 1원도 대통령에게 귀속된 것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이 평소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이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 등, 사회통념상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 이른바 ‘경제적 공동관계’에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더라도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된 것으로 보아 단순수뢰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 등).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통령과 최서원이 경제적 공동체 관계에 있다는 점은, 특검 스스로도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입증된 바도 없습니다.

공무원인 대통령이 아무런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없고, 최서원이 받은 것을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도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제3자뇌물수수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특검은 이러한 제3자뇌물수수죄 사안에 대해, 제3자인 최서원이 적극적으로 가담하였기 때문에, 갑자기 죄명이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단순수뢰죄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검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타당하지 못합니다.

첫째, 비신분자의 가담 여부 또는 정도에 따라, 죄명 자체가 변경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논리적입니다. 공방 과정에서도 이미 설명드렸지만, 비신분자인 제3자가 그냥 뇌물을 받기만 하면, 제3자는 아무 죄가 성립하지 않고(제3자가 뇌물성을 인식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고, 제3자가 좀 더 가담을 하면, 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 제3자는 그에 대한 교사 또는 방조가 성립하는데, 제3자가 거기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갑자기 죄명이 바뀌어서 공무원과 제3자 모두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특히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한 행위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적용받는 죄가 갑자기 달라지는 불합리가 발생합니다.

둘째, 특검의 주장은 뇌물의 귀속주체에 따라 단순수뢰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분한 형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단순수뢰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를 구분하는 기준은,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되는지 여부로서 매우 단순합니다. 경제적 공동체 이론도 현실적인 관계를 감안하여 공무원에게 귀속되는 범위를 좀 더 넓힌 것으로서, 구분기준 자체를 변경하는 이론이 아닙니다.

그런데, 특검의 주장은 이러한 ‘공무원에의 뇌물 귀속 여부’라는 기준을 완전히 무시하고,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되면 뇌물의 귀속주체와는 관계없이 단순수뢰죄가 성립된다’라는, 완전히 새로운 법리를 작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형법의 취지를 벗어난 특검의 독자적인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특검은 ‘제3자뇌물수수죄의 제3자는 행위자와 공동정범자 이외의 사람을 말한다’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애초에 비공무원인 제3자의 공범 성립 여부는, 공무원에 대해 적용할 범죄구성요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할 수 없습니다. 즉 신분자인 공무원의 행위가 단순수뢰죄인지 제3자뇌물수수죄인지가 먼저 확정된 다음에야, 비신분자인 비공무원의 공범 성립 여부, 공범 형태 등을 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 승마지원과 관련하여 단순수뢰죄를 적용한 특검의 이 사건 공소제기는, 형법의 취지, 확립된 판례, 관련 법리 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명백히 부당합니다.

이 사건과 같이 비공무원에게 이익이 전부 귀속되었음에도, 특검의 주장과 같이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할 선례가 있으면 제출하라는 재판부의 석명에도, 특검은 이를 제출하지 못하였습니다. 본 변호인은 특검이 앞으로도 결코 그와 같은 선례를 제출할 수 없을 것을 확신합니다.

지난 공방기일에서도 상세히 설명드렸고, 오늘 제출한 변호인의견서(35)에서도 기재하였지만, 이 사건과 완전히 동일한 구조의 사안들에서, 이미 법원은 단순수뢰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고, 제3자뇌물수수죄의 성부만이 문제될 여지가 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함께 참고자료로 제출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상원 교수님의 의견도 살펴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② 자유심증주의에 대한 오해

다음으로 특검이 들고 있는 자유심증주의에 대한 것입니다.

특검은 영장을 청구할 때부터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주장하고, 공판 초기에도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과정을 거치면 공소사실이 완벽하게 입증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호언장담을 하였으나, 최종적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다는 점을 자인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특검은 사실입증을 위한 증거로서 가치가 거의 없는 언론보도 내용이나,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자메시지 등을 대거 증거로 제출하였고, 증거서류로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하는 증거들도 ‘증거물’이나 ‘탄핵증거’로 제출하는 편법까지 동원하였습니다. 이는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들을 통해, 피고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성함으로써 재판부의 객관적인 사실판단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닙니다.

특검은 직접증거가 없음을 자인한 다음부터는 공판과정에서 여러 차례 자유심증주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직접증거와 간접증거는 사실인정의 증거로서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증거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는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석연치 않은 면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는 주요사실 즉,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과연 대통령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하고 피고인 이재용은 이를 수락함으로써 뇌물수수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0895 판결 등).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법원이 누누이 선언해 온 자유심증주의의 요체입니다.

그런데 특검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인 단독 면담 과정에서의 대가관계 합의 여부와 관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만 보더라도 대통령은 ‘정유라’라는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이고, 피고인 이재용은 혼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원 요구를 ‘수락함으로써’ 대가관계의 합의를 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대가관계의 합의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습니다.

더구나 특검은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 마필 및 차량 매입계약, 함부르크 용역계약, 2016. 8. 22.자 및 10. 29.자 마필 매매계약, 삼성전자와 헬그스트란트 사이의 해제 합의서 등 명백한 처분문서가 존재하는 계약들에 대해서도,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허위 계약이거나 이면약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대법원은 처분문서의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 기재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설시도 없이 이를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등). 아무리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막무가내 식의 주장만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제기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검은 50여회가 넘는 공판기일이 진행되고 결심을 앞둔 지금까지도 피고인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마필과 차량의 소유권을 최서원 측에 넘겨주었는지 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넘겨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넘겨준 것은 맞으니까 유죄다’라는 특검의 억지 주장은, 그 자체로 공소사실이 불특정된 것으로서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증거재판주의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부당합니다.

③ 뇌물과 양립할 수 없는 사정들

마지막으로 이 사건에는 특검이 주장하는 뇌물공여와 양립될 수 없는 여러 사정들이 존재하므로, 간접증거들을 통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입증되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뇌물이라 함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불법한 보수 또는 부당한 이익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이익이 뇌물로서의 성격 즉, 뇌물성을 가지려면, 이익의 수수가 직무행위에 관한 대가(반대급부)로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뇌물성의 내용을 이루는) “이익과 직무행위 사이의 대가관계” 여부의 판단은, 당해 이익에 관하여 수수 당사자가 과연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였는가라는 의사해석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모든 재판에서 그러하듯이, 당사자들의 행위에 대한 의사해석은 사건의 전후 사정을 치밀하고 모순 없는 논증을 거쳐 도출해야 합니다.

특검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요구하고, 피고인 이재용은 이를 수락함으로써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에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라는 뇌물수수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결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라는 점과 양립할 수 없는 수많은 사정들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핵심적인 사항들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특검이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을 대가로 승마 등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서, 전형적인 ‘요구형 뇌물’ 사안에 해당합니다. 특검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그 실체도 모호한 ‘승계작업’이나 개별 현안들을 도와주기 위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특검 또한 이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습니다. 공무원의 도움을 대가로 한 요구형 뇌물 사건에서, 그것도 그 공무원이 대한민국 대통령인 사건에서, 정작 뇌물을 요구한 대통령이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을 상대로 사기 범행을 하였다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뇌물수수의 합의가 성립하였다는 점과 도저히 양립될 수 없는 대표적인 사정입니다.

특히 2014. 9. 15. 1차 단독 면담 직후에는, 공소장에 승계작업을 위한 현안으로 적시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2015. 7. 25. 2차 단독 면담 후인 2015. 10. 14.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결재까지 받아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 처분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2016. 2. 15. 3차 단독 면담 직후에는 안종범 수첩에 ‘금융지주회사’라는 기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종전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여 바로 그 다음날 삼성에 불가통지를 하였고, 결국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금융지주회사 건에 관해서는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 법정에서 “안종범 수석이 너무 관심이 없어 서운했다”라고 증언하였을 정도로, 청와대는 전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대통령이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대통령이 도움을 준 사실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단독 면담 직후 개별 현안들이 삼성의 의사와는 달리 무산된 사례들까지 있다는 점 역시 뇌물수수의 합의가 성립되었다는 점과 절대 양립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정이 있습니다. 공판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이 사건 승마지원의 경우, 삼성은 박원오와 구체적인 지원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용역사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선수단 규모 및 1인당 마필 지원 수량을 축소시키며, 훈련기간 축소, 용역대금 감액 등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습니다. 특검은 요구형 뇌물의 경우 공여자가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여액을 축소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에서만큼은 특검의 그와 같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특검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뇌물의 대가는 다름 아닌 바로 특검 스스로 20년 전부터 추진되어 왔다고 하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도움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가인데, 만나자마자 그 대가인 지원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전혀 뇌물수수 합의 사실과 양립될 수 없는 사정입니다. 특검 스스로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는 피고인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주는 대가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승마지원 비용을 깎으려 했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지요? 한 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4. 마치며

변호인 주장의 결론입니다.

우선 피고인들은 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도 제공한 적이 없고, 그럴 의사도 없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는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특검의 주장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의 경위를 비롯한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검은,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국정농단 사태에 적극 편승하여 승계작업에 대한 이득을 얻었으므로, 그 경영자인 피고인들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삼성과 피고인들은 대통령이나 최서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은 적이 없고, 받으려고 생각해 본 일도 없습니다. 피고인 박상진은 부탁할 일 없느냐는 최서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였습니다. 삼성 역시 다른 기업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검의 주장은 근거 없는 편견일 뿐입니다.

본 변호인은 피고인들을 사실상 유죄로 추단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피고인들이 무죄임을 밝혀 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힘들었지만, 단 한순간도 피고인들이 무죄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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