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전 세계의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통로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삶의 방향을 찾던 대학생이 '지극히 작은 자'에 대한 감동으로 시작한 사회혁신기업 '향기 내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 '히즈빈스'는 현재 장애인 고용문화를 선도하며 전국과 전세계가 주목하는 회사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는 장애인, 한부모여성, 탈북민, 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도와주는 컨설팅 사업을 지원한다.
히즈빈스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는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을 앓는 정신장애인이다. 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직업유지율 통계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직업을 유지하는 비율이 대한민국 정신장애인은 18.4%로 87% 등은 3개월 이내에 그만두는 양상이다. OECD국가 통계로는 50%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히즈빈스는 95%를 기록했다.
히즈빈스는 정신장애인 전문가 정신재활자폐협회인 전미정신재활협회(USRPA) 정신장애인 고용 우수사례로 소개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컨설팅 문의가 쇄도했다.
'향기내는 사람들' 임정택 대표./사진=임정택 히즈빈스 대표 페이스북
아시아 대학생 창업 교류전, '지극히 작은 자'에 대한 울림
임정택 히즈빈스 대표가 처음 사회 혁신 기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2008년 한 '충격'을 받고서다. 임 대표는 애초 빌게이츠와 같은 유능한 CEO가 되고 싶다는 야망으로 한동대학교 재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했다. 아시아 대학생 창업 교류전에 한국대표팀으로 참가한 그는 아시아 청년이 모여 꿈과 창업 아이템을 나누는 자리에서 졸업 후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북경대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신앙을 가진 임 대표는 "이 친구는 하나님도 모르는 청년이었는데 그런 꿈을 갖고 있었다. 부끄러워졌다.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야하며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나를 만든 이유는 뭔가하는 물음에 답답하고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카페를 시작하게 된 과정과 계기에 대해 그는 "하나님이 진짜 살아계시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가르쳐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었다"며 "대회 후 대학교에 도착하기 전 명확히 제 눈과 가슴 두 쪽으로 성경 말씀 한 구절 정도가 딱 떠올랐다. 그 말씀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것이니라'(마태복음25:40) 였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학과 창업을 공부한 건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기 위함이 아닌 이를 살리기 위해 회사를 만들라고 하나님께 주신 것이구나 했다"며 "2008년 9월2일 학교 동역자들과 지도교수님과 함께 '향기 내는 사람들'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지극히 낮은 자'를 찾아 뛰기 시작했다. 그는 무작정 장애인, 차상위계층 등을 찾았다. 몇 개월 간 이들을 만나면서 정신장애인은 위험할 것이라는 편견도 깨졌다. 교육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들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장애인들이 주인공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단 꿈을 꾸고 수단으로 카페를 택했다.
그는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분들) 마음이 너무 깨끗하고 순수했다. 수많은 장애인·차상위계층 분들이 외롭고 혼자서 집에서만 살고 있구나를 깨달아 이들과 함께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단 꿈을 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일자리였다. 제대로 된 기술(교육)과 취업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 동료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히즈빈스 안양샘병원점./사진=히즈빈스 홈페이지 제공
"교육과 기회만 있다면 장애인들도 일 할 수 있다"
작은 카페만 해도 1억 이상의 예산이 드는 현실 앞에 당시 통장에 25만 원이 있던 그는 동분서주한 끝에 포스코에서 5000만 원의 예산을 얻었다. 처음 5장의 사업계획서를 들고 간 그에게 포스코는 14가지의 안 되는 이유 등을 설명하며 거절했다. 그는 팀원들과 안 되는 이유를 하나씩 지워가며 6개월 간 지속 방문해 36장으로 불어난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다.
포스코의 거듭된 거절에 임 대표는 "맞다. 제가 생각해도 이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동안 계속 장애인분들을 만나다 보니 제대로된 기술과 기회만 있다면 정말 기적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서에 적힌 돈을 주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냐는 포스코 측의 반문에 그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패기'가 나온 배경에 대해 그는 "제 속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 딱 하나였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기에 안될 일이 뭐가 있냐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예산은 그날로 협정이 돼 마련됐다.
이후 그는 장애인 직원들을 '최고의 바리스타'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장애인 교육생이 힘들어 할 때면 한 사람에게 4-5명 씩 붙어 격려와 응원을 하며 6개월 이상의 교육이 완수될 수 있었다. 예산과 직원 채용 및 교육을 준비한 그는 한동대학교 측을 설득해 장소를 얻고 히즈빈스 1호점을 개업했다.
2009년 9월 한동대학교에 히즈빈스 1호점을 연 데 이어 2011년 2·3·4호점, 2012년 5호점, 2013년 6·7호점, 2015년 8호점, 지난해 9·10호점이 잇따라 개업됐다. 현재 히즈빈스는 12개 매장에서 45명의 장애인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히즈빈스커피 문화예술회관점./사진=히즈빈스 홈페이지 제공
장애인 고용 문화가 확산되길
히즈빈스의 경영원칙은 ▲급여는 장애인 직원 먼저 지급하고 임원은 가장 마지막에 받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장애인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 등이다.
이같은 경영원칙은 운영과정 중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왔다. 임 대표는 운영과정 중 위기에 대해 2014년도 매장 재계약 시점에 보증금과 월세가 크게 늘어난 점을 꼽았다. 임원들의 급여가 밀리고 장애인들을 해고하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일년 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이듬해 히즈빈스는 직업유지율이 가장 높은 기업(95%)에 선정됐다. 이후 서울·경기 지부가 생기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버텨줬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직원들이 일에 어려움을 겪진 않냐는 질문에 "아침마다 매니저가 전 날 잠을 잘 주무셨는지, 약은 잘 드셨는지, 컨디션은 어떠신지 체크한다"며 "그래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이면 쉬도록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임 대표는 장애인 고용 문화가 확산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꿈과 비전을 가지신 분들이 있으면 같이 이 일을 뛰었으면 좋겠다"며 "부산, 서울, 해외 등 어느 분들이라도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서 장애를 가지신 분들도 전문가로 일어서는 문화가 확산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향기 내는 사람들'은 히즈빈스 외에도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자활 창업을 돕는 창업컨설팅그룹 '손을 잡고', 북한이탈주민이 운영하는 떡 유통사업체 '꿈꾸는 떡 설레' 등을 운영한다. 임 대표는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임 대표는 현재 가상현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