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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건국절' 논란…국가 정체성은 어디에

2017-08-16 17:21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로 못 박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즉각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행보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며 "보수나 진보 또는 정파의 시각을 넘어 새로운 100년의 준비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1948년 8월 15일로 명시된 대한민국 건국절을 전면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치권과 일각에서는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사진=미디어펜 '미펜툰'



◇임시정부의 법통을 기리는 것과 '건국'은 다른 것
  
건국절 논란에 대해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건국 시점이 1919년이라면 우리는 1919년 4월 13일을 건국절이라고 해야 한다"며 임시정부의 의의와 법통을 기리는 것과 그날을 주권을 찾은 건국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인정하며 1998년 건국 50주년 기념주화도 만들었다"며 "1919년 4월 13일을 건국절로 보겠다는 것은 세계사의 웃음거리를 자초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광복 62주년 경축사에서 "3년 뒤 이날(1948년 8월 15일), 나라를 건설했다,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연설한 바 있다.

배진영 월간조선 차장은 "2019년이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라면 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제41대 대통령이라는 뜻"이냐며 "문 대통령 말대로라면 임시정부 대통령 2대, 국무령 10대, 주석 10대, 대한민국 대통령 19대를 합해 41대 대통령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광복 62주년 경축사에서 "3년 뒤 이날(1948년 8월 15일), 나라를 건설했다,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연설한 바 있다./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탄생

김광동 원장은 "'건국'과 '정부수립'은 다른 것"이라며 "한국의 건국 과정은 △1948년 5월 10일 자유선거 실시 △5월 30일 자유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 '의회' 출범 △7월 17일 헌법 제정 △헌법에 따른 내각 구성 등 일련의 과정을 '건국 과정'으로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건국 과정 최종 단계로 1948년 8월 15일에 '정부수립'을 기념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건국 과정의 종결이라는 뜻이다.

그는 "식민 치하로부터 벗어난 것을 기념한 것이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이고, 우리 스스로 주권을 찾고 그 주권에 의해 입법‧사법‧행정이라는 정부체계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을 기념하는 것이 1948년 8월 15일 '건국절'"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본 것에 대해 여명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은 "철지난 386 역사관으로 역사를 재단한다면 선거 때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빈곤탈출의 역사와 민주화의 역사를 만들어낸 선대의 정신을 본받아 분열된 국론을 모으는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 안보, 경제, 서민생활이 도탄에 빠져있으니 정부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69년째 '건국절' 논란, 국가 정체성은 어디에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국가 정체성의 출발은 '생일'"이라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 생일이 존재 하지 않고, 여태껏 건국절을 두고 논란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 공감대가 없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생일이 없는 고아 나라, 이런 대한민국을 위해 누가 위기 때 나서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겠냐"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할 대통령이 논란에 중심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서인 만화가는 다른 관점에서 '건국절' 논란을 바라봤다. 

그는 건국절과 함께 건국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문 대통령 말대로 임시정부가 건국의 주최라고 한다면 임시정부의 대통령도 우남 이승만"이라며 "1919년을 건국이라고 주장해도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은 외면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누리꾼들도 건국절 관련 논란에 가세했다. 한 누리꾼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인정하기 싫은 사람들은 이승만은 건국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란스러워 했다.

윤서인 만화가는 건국절과 함께 건국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문 대통령 말대로 임시정부가 건국의 주최라고 한다면 임시정부의 대통령도 우남 이승만"이라며 "1919년을 건국이라고 주장해도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은 외면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사진=미디어펜 '미펜툰'



◇대한민국 건국절, '사상' 문제 아닌 '진실'의 문제

최해범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우파의 사관도 좌파의 사관도 아니"라며 "그것은 그저 산을 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1919년 건국론의 근거가 되는 제헌헌법 전문의 구절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고집으로 삽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김구 선생이 부인한 임시정부 법통론에 쐐기를 박기 위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동 원장 역시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이 됐다면 건국된 나라가 왜 독립운동을 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임시정부가 실질적 주권을 갖추지 못한 정부였기 때문에 당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권을 담당하지 못했다"며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식민지 정부에 조세를 납부하고, 다툼이 생기거나 사기를 당했을 때 임시정부가 아닌 식민지 정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 말대로 1919년에 국가가 수립 됐다면 당시 한반도에 거주하며 식민정부에 세금을 냈던 주민들은 반역자가 되는 것"이라며 "당시 임시정부는 국민, 주권, 영토 어느 하나 갖춘 것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임시정부'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1948년 건국은 우파의 사관도, 좌파의 사관도 아닌 그저 '진실'일 뿐"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1948년 건국이 '보수 측의 주장'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1948년 8월 15일 건국은 '사실'이고, 어떤 '견해'로 묶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이는 보수 진보,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과 '거짓'의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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