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세기의 재판',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하며 시작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1심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7일 시작된 재판은 이번달 4일을 끝으로 총 52번의 공판기일을 기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0여명의 진술조서와 서류 증거 조사를 바탕으로 60명의 증인을 법정에 세워 신문을 진행했지만 '결정적 증거'는 밝혀내지 못했다. 때문에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패기는 '맹탕재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삼성이 최서원의 영향력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 △청와대가 삼성의 현안 해결을 위해 관련 부처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결정적 증거를 밝혀내지 못하고 '여론'과 '감성'에 의존하며 이 부회장의 '유죄'를 주장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에 따르면 무죄, '여론'에 따르면 유죄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검은 140여명의 진술조서와 서류 증거 조사를 바탕으로 60명의 증인을 법정에 세워 신문을 진행했지만 '결정적 증거'는 밝혀내지 못했다. 때문에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패기는 '맹탕재판'이라는 비판과 함께 설 자리를 잃게 됐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특검, '주장'만 하지 말고 '증거'를 밝혔어야
재계에서는 특검의 주장이 결정적 증거 없이 끝내 '주장'으로 마무리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주를 잇고 있다.
앞서 특검은 재판을 통해 "정보력이 뛰어난 삼성이 최서원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이 부회장 측을 몰아 붙였다.
이에 삼성은 "최서원의 실체를 인지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고 질책을 당한 이후"라고 전면 반박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지원을 한 '피해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세 차례의 독대를 통해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공판 내내 핵심 쟁점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말씀자료'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이 이들의 '정경유착'을 증명해준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특검이 제시하는 '말씀자료'는 일반적인 형태의 말씀자료가 아니라 참고자료 형태"라며 "말씀자료는 편의상 '말씀자료'라 호칭했을 뿐 '참고자료'고, 면담 자리에 참고자료를 갖고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고 진술했다.
안 전 경제수석 역시 특검 조사 당시 "대통령이 말씀자료대로 말씀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 특검이 증거로 제시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간접 증거'로 채택 됐을 뿐 직접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지난 4월 7일 시작된 재판은 이번 달 4일을 끝으로 총 52번의 공판기일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재판 1심 향배, '여론'이냐 '법'이냐
삼성 측 변호인은 지난 7일 이 부회장 결심 공판에서 "특검이 법적 논증에는 애써 눈감으며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변론했다.
변호인 측의 이 같은 발언은 '증거' 보다는 '여론'에 호소하는 특검의 행태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변호인단은 또 "형사소송법 제307조가 선언하고 있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이 우려된다"며 "특검이 이 사건의 실체 및 본질과 무관하게 부여한 의미 때문에 증거 없는 사실인정이나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정규재 정규재TV 대표 역시 "특검은 그토록 길고 거친 수사과정을 거치고도 결코 그 어떤 것도 증명하거나 논증하지 못했다"며 "특검이 12년이라는 긴 감옥 생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재용을 탄핵한 긴 논고문도 실은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백이요, 실언이며, 고백에 다름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 원장)도 "특정 목표를 정해놓고 목표에 맞춰 무리한 주장을 하는 특검의 움직임은 법조인의 본질과 맞지 않다"며 "특검의 정치적 움직임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이 부회장 1심 결과는 '법'에 따르면 무죄, '여론'에 따르면 유죄일 수밖에 없다"며 "만약 재판부가 결정적 근거가 없는 기소 내용을 유죄로 판단한다면, 어떤 판결문이 탄생하게 될지 궁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