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통상임금 부담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지속성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차업계는 부품사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등 이미 일자리 창출에 비상이 걸려 있다.
또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부품사와 산업계 전반으로 타격이 확산돼 한국 차산업은 물론 전 산업계의 지속성장 동력이 꺾이고 말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 부담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지속성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사진=미디어펜
부품사 신규채용 8% 감소…제조업 일자리 증가율도 0.3%로 곤두박질
현대기아차의 계열사를 제외한 1차 협력업체 300여개사의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인원은 5426명으로 집계됐음. 지난해 상반기 5888명보다 8%나 감소한 수치다.
중국 사드 여파와 미국 통상압력 등으로 인한 완성차 판매 및 경영여건 악화가 부품사의 일자리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 산업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일자리는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그 폭은 심각하게 둔화되고 있다. 증가율이 3년연속 하락하는 등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달한 모습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17년 6월말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699만70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동월 1668만5000명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전 산업 종사자의 약 21%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경우 종사자 수가 363만명으로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제조업 종사자의 증가율은 매년 6월 실시되는 사업체노동력조사 기준 2014년 3.7%에서 2015년 1.6%, 16년 1.1%로 줄었고, 올해는 0.3%까지 곤두박질 치며 3년 연속 하락했다.
한국지엠, 구조조정 전문가 사장 선임…일자리 30만개 풍전등화
한국지엠도 구조조정 등 일자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제임스 김 사장의 후임으로 인도GM 사장이었던 '카허 카젬'을 선임했다.
카허 카젬 신임 사장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올해 인도 내수시장에서 GM이 철수하고 수출용 공장 일부만 유지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GM의 해외공장과 비슷한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철수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은 카허 카젬 사장의 선임 전부터 철수설이 제기됐었다. 산업은행과 한국지엠의 주주간 계약이 10월 만료되면 한국지엠이 산은의 동의 없이도 지분을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2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은 2014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결과 14년 한해에만 약 1300억원의 인건비가 늘어났음. 또 3년간 통상임금 등으로 5000억원 가까이 인건비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악화에 산업은행과의 계약 만료, 구조조정 전문가 선임까지 겹쳐 철수설이 더욱 힘을 받는 것이다.
한국지엠 4개 국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약 1만6000명이다. 한국지엠의 철수 또는 구조조정 가능성에 일자리 1만6000개는 물론 부품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할 때 3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흔들리는 것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시 산업계 일파만파…지속성장 좌초 위기
이 같은 일자리 비상사태에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24일 추가 변론을 앞두고 있으며, 이달 말 또는 9월 초 1심이 선고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패소시 최대 3조(회계평가 기준) 이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7870억원에 불과한 기아차는 충당금 적립으로 당장 3분기부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국지엠, 구조조정 전문가 사장 선임…일자리 30만개 풍전등화/ 사진=연합뉴스
사드사태 이후 사실상 차입경영을 하고 있는 기아차가 적자까지 맞게 되면 국내외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유동성 부족과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게 될 상황이다. 투자여력 감소로 미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 창출 동력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차그룹, 부품업계, 차산업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플랫폼과 연구개발은 물론 계열사로부터 자재·부품 공급 등을 공유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기아차의 위기상황이 현대차그룹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업체의 경영난은 부품업계 경영난으로 이어지며,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다시 완성체업체도 타격을 받게 되는 악순환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는 심각한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또한 진행중인 수백여 기업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쳐 산업계 전반에 급격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해 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승할 경우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으며, 경영상황 악화시 구조조정을 통한 인위적인 인력감축에 나설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경총은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급분 포함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5000억원에 이르며,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최대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이후로도 매년 8만5000에서 9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한상의에서 12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65.1%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19.8%가 기존 고용을 감축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한국경제연구원도 노동비용 증가가 단기적으로 투자 위축을 초래해 신규채용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학계에서도 통상임금 부담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통상임금 논란의 쟁점과 판결 이후 과제' 토론회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후 노동 현장에서는 많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법원의 사후 개입으로 임금이 상승하고 노사갈등으로 임금이 균형임금으로 하락하지 못하면 기업의 수요곡선에 의해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통상임금 부담이 가중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 전체가 지속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총체적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금호타이어 신의칙 인정…기아차도 '노사합의' 있어 신의칙 요건 충족
금호타이어의 통상임금 2심 선고에서 1심을 뒤집고 신의칙이 인정됨에 따라 기아차의 신의칙 인정여부에 산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고등법원은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제기한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신의칙을 인정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단체협약에 따라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가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임금 지급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조원 4명을 포함한 생산직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나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사 합의를 깬 통상임금 소송은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금호타이어처럼 기아차의 경우도 과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노사간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했다.
또 월평균 20∼50시간 가량 초과근무와 750%의 높은 상여금 지급률, 급감하는 영업이익률로 인한 적자전환 우려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신의칙 인정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실질임금인상률이 매년 20% 이상에 달하고 과거 노사합의에 의한 교섭 당시 인상률 (3∼4%)을 무려 5∼6배나 초과해 대법원 신의성실의 원칙 인정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신의칙을 인정받기 위한 3대 요건은 첫째 정기상여금에 관한 청구여야 하고, 둘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해야 하며, 셋째 추가 임금 청구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해야 한다.
또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발생'의 판단 근거로 초과근로가 상시 발생하는지, 일정비율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하는지, 기업의 재정 및 경영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질임금인상률이 교섭 당시 인상률을 상회하는지 등으로 판별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에 심각한 일자리 위기가 우려된다"며, "지속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기아차 통상임금의 합리적 판결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