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청와대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진 것은 지난 23일경이다. 금융 분야를 오래 취재한 기자들에게조차도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다.
김 전 사무총장이 내정된 ‘맥락’은 이내 드러났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현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경남지역 캠프 공동대표를 맡았다. 올해 대선에서도 경남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치렀다. 한 마디로 경제보다는 정치와 훨씬 가까운 인물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영남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김 전 사무총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감사원, 그 중에서도 비금융 분야를 감사하면서 보냈다. 돌려말할 여지가 전혀 없는 ‘낙하산’ 인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금융감독기관 수장에 앉히려 한다는 점에서 낙하산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도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었던 사례는 있다. 대표적으로 정찬우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있다. 이들은 모두 ‘친박’이라는 이유로 기용됐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 그들조차도 다들 각자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었다. 최소한의 맥락은 갖추고 있는 낙하산이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은 물론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현재까지 남아 있는 모든 악습을 적폐(積弊)로 규정하고 개혁하려는 의지를 줄곧 드러내왔다. 그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80%에 육박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로 뒷받침되고 있다. 그런 새 정부가 궁극의 적폐라 할 수 있는 낙하산 인사를 답습하려 한다는 점은 심히 유감스러운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에 대해 상당히 일천한 의식을 갖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달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을 때 일부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지었던 어리둥절한 표정을 아직 기억한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국정과제가 100개나 나왔는데 그 중에서 금융 ‘핫이슈’는 사실상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업무량이 적어져서 좋다고 해야 할지, 금융권의 미래가 암담해졌다고 봐야할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금융이란 그저 ‘돈놀이’일 뿐이므로 금융권 수장으로도 ‘군기반장’을 앉히면 좋은 나라가 올 거라는 게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라면 향후 5년간 한국 금융의 앞길 그 자체가 적폐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현재 고려하고 있는 금감원장 낙하산 인사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금융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