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그동안 조마조마 하면서 버텼는데 이제는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정말 힘들어 질 것 같아 정말 걱정입니다.”
지난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5년형을 선고 받은 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그룹 전체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앞날에 대한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이 걱정하는 부분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다. 삼성전자의 역대 최고 실적 등은 2~3년 전부터 준비한 노력의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와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총수를 중심으로 앞을 내다본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총수 한 명 없다고 삼성 전체가 흔들리겠냐는 말들이 나온다. 그러나 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만 살펴봐도 총수 유무에 따른 움직임의 확연히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해외기술기업 인수합병(M&A)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포석이었다. 지난해까지 최근 2년 사이 삼성전자는 미국 전장기업 하만 등 9건의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올해는 과감한 베팅을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권오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들이 이끌어갈 예정이다. 최근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권 부회장의 피로감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 현안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회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반년은 잇몸으로 버텼지만 앞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임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사태를 수습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를 오가며 주요 투자자들과 거래선을 만나며 신뢰를 유지했다.
현재 삼성은 총수 실형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룹의 중대사가 발생해도 총수가 직접 발로 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선다고 해도 총수가 갖는 무게감을 대신하기 어렵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삼성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주요 외신들은 이 부회장 판결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삼성이 세계무대에서 쌓아온 명성과 장기 전략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삼성과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흔들릴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1심 판결에 대해 법조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확증 보다는 정황에, 또 사회적 분위기에 재판부가 휘둘리지 않았냐는 것이다. 재계의 아쉬움은 더 크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인이 어디 있겠냐며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은 이미 쏟아진 물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 판결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까진 깨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계속될 상급법원의 재판에서는 법과 증거만 의한 합리적 판결이 필요하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