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계란도 불안한데 이제는 햄·소시지까지 문제라니 뭘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26일 서을 강서구 홈플러스에서 만난 이 모씨(37)는 "아이들 먹일 수 있는 반찬을 찾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국내산 돼지고기로 만든 햄·소시지를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원산지를 확인하고 직원에게 문의를 하는 등 구매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롯데슈퍼에서는 유럽산 돼지고기가 포함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최근 문제가 된 독일·네덜란드 산이 아닌 스페인 산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약전처는 E형 간염을 유발할 수 있는 독일·네덜란드산 햄·소시지 제품이 국내에 12톤 가량 유통 및 판매된 것을 확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판매를 중단시켰다.
아울러 유럽산 돼지고기를 사용해 만든 제품들 중 가열·살균 공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소시지 매대에 소시지 제품이 진열돼있다./사진=미디어펜
식약처는 "E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되고 옮기는 인수공통 전염병이지만 70℃ 이상에서 죽는다"며 ▲유럽산 돼지고기가 포함된 식육 가공품 익혀먹기 ▲깨끗한 음료수 음용 ▲손씻기 등을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란에 이어 소시지 파동이 벌어지면서 '유럽산 제품'을 비롯해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고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충제 닭고기' 파문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황주홍 의원(국민의당)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4월 21일부터 5월 22일까지 도계장 닭고기·계란에 대한 잔류물질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2건의 '구충제 닭고기'가 적발됐지만, 이들 닭고기 중 회수·폐기된 제품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 의원은 "제보·신고 등을 통해 사전에 반출을 차단하고 조사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회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처벌도 솜방방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계란 매대에 계란이 진열돼있다./사진=미디어펜
식약처는 또한 살충제 계란 조사 결과 발표 이전 "국내산 계란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했다가 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성인에게 급성 독성이 나타나려면 문제가 된('08마리') 계란 175개를 한 번에 먹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위해평가를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였다는 점, 조사 이후에도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 등이 밝혀져 또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정확하고도 신속한 정보 제공·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우리나라는 도축장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안전하다", "일부 제품의 문제가 전체 제품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등 과도한 '포비아'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