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제공=KB금융지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파행은 은행장으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부덕의 소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최근 계열사 대표와 국민은행 임원의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을 이유로 이들의 해임을 주장해온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22일 국민은행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 “임직원이 입었을 마음의 상처에 위로를 드리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관리에 노력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해임된 사람은 이모 KB데이타시스템 사장과 김모 국민은행 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국민은행 인사담당 부행장 및 본부장으로 있었던 이들이 현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부당 개입했다고 지목해왔다.
노조가 제기한 선거 개입 의혹은 올해 초에도 불거진 바 있다. 윤 회장은 당시 “국민은행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저의 불찰과 부족함 때문”이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를 이어갈 것을 약속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노사갈등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윤 회장은 이례적으로 노사를 직접 방문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조치를 약속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또한 노조가 요구해온 △초과근무시간 제한 및 한도제한 없는 금전 보상 △임금피크제 적용 하위등급 직원 임금 삭감 폐지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 PC전원을 강제로 끄는 PC오프제도를 10월부터 실시한다는 요구도 모두 받아들였다.
윤 회장이 노사갈등 해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선거개입 의혹에 둘러싼 내홍은 마무리됐다. 노조 관계자는 “윤 회장과 만나 잘 이야기 했고, 윤 회장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용노동청에 제출했던 사측의 노조 선거개입과 연장근로 문제의 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지정서 모두 취하한 상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11월 연임을 의식해 노조에 지나치게 바짝 엎드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락 된 것으로 여겨졌던 노사갈등이 윤 회장의 연임에 숨은 복병으로 작용하면서 적극적인 노조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노사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윤 회장의 연임가도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분기 순이익 규모에서 업계 1위인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우위를 점했다. 성장세를 견인해온 성과만 놓고 보면 윤 회장의 연임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리한 실적달성을 위한 과도한 업무추진과 실적압박을 통한 상품한매 독촉 등으로 인한 내부갈등이 있어왔다. 여기다 이익배분제 도입 방식을 놓고도 현재 노사 간 마찰을 빚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연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며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측면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친노조 성향의 정부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말끔히 털지 못하면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