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번 사건(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유죄 판결)은 삼성그룹 계열사별로 다양한 여파를 남길 겁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직격탄이 될 거고요.”
금융감독원이 내달 1일까지 대형 증권사를 상대로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한 현장실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유죄판결로 인해 심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형 증권사들끼리의 ‘빅 게임’에서도 뒤처지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결과가 계열사인 삼성증권에도 결정적인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부터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곳에 대한 현장실사에 돌입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 초대형IB 인가에 도전장을 던진 회사들이다. 초대형IB가 되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어음 발행을 할 수 있는 등 투자의 폭이 한층 넓어진다.
서류상으로는 5곳 모두가 초대형IB에 입성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하지만 새 정부가 금융 분야에 상당히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5곳 중 탈락 혹은 인가가 늦어지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죄 판결로 인해 직격탄을 맞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항목에서 결함이 생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지분율 29.39%)이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지분율 20.76%)이다.
그런데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지분율 17.08%)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주주 자격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형편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 형 집행 완료일부터 5년간 신사업 인가를 신청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현재 금감원이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실사에 나섰지만 이번 실사에서는 초대형 IB 지정과 관련된 심사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까지 3심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가정하면 사실상 삼성증권은 신규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할 수 없거나 다른 회사보다 훨씬 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초대형IB로 인가를 받는다 해도 핵심 사업(어음발행)을 진행할 수 없다면 의미가 퇴색된다”고 짚으면서 “마침 좋지 않은 타이밍에 사건이 터져 장기적으로 삼성증권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실사는 내달 1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측 관계자는 “재판 결과와 별도로 외환업무, 자기자본 운용 강화 방안 등 어음발행을 제외한 초대형IB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