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전건욱 기자]산업계가 기아차발 통상임금 쇼크에 직면했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자 통상임금 소송을 앞둔 기업들은 "노동계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서울 양재동 기아차 사옥 인근 도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이날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면서 근로자들이 청구한 원금 6588억원에 이자 4338억원이 붙은 합계 1조926억원 중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원을 인정한 4223억원을 사측이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에게 상여금, 식대를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S&T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야근과 휴일작업이 많은 사업장 노조를 중심으로 관련 소송이 급속히 번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받은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해 휴일근무 수당 등을 더 달라는 노동계의 줄소송도 우려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소송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그룹 차원에서 R&D 등 투자 전반의 위축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대법원 판결만 남았기 때문에 지금 어떤 말을 할 입장이 아니다. 그냥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1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아차가 당장 통상임금 미지급금 소급분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계처리 과정에서는 이날 이 시점부터 패소 즉시 지급해야 할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아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기아차가 충당금을 쌓으면 최대주주(33.88%)인 현대차도 지분법 평가로 비용 부담을 받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5300여개 협력업체들의 상황이 더욱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선고를 앞둔 기업은 아시아나,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35개사로 이들 기업의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은 총 103건이다.
소송 진행현황을 보면 ‘1심 계류’ 48건(46.6%), ‘2심(항소심) 계류’ 31건(30.1%), ‘3심(상고심) 계류’ 20건(19.4%) 순으로 나타났고, 판결 확정 등으로 소송이 마무리된 경우는 4건(3.9%)이다.
이외에 만도, 삼성중공업, 현대위아가 2심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유위니아, 대한항공, 두산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 다른 기업들도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디어펜=최주영·전건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