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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관중 함성 탓 소통이 안됐다? 대표팀 주장, 왜 그래요

2017-09-01 08:43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졸전을 펼쳐 가뜩이나 팬들의 가슴에 불이 붙고 멍이 들었는데, 대표팀 주장이 하는 소리가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이 잘 안됐다"니.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겼다. 후반 이른 시간 이란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해 11명 대 10명이 싸우고도 꼭 필요했던 승리를 챙기지 못한 한국이다.

이란전 무승부로 한국은 또 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한심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 승점 14로 2위를 지켰지만 승점 12의 3위 시리아(골득실 +1)와 4위 우즈벡(골득실 -1)을 완전히 따돌리지는 못했다. 만약 한국이 오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에서 패하거나 비기면 월드컵 본선에 못 가는 최악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생겼다.

한국이 이번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한 골이라도 넣고 이겼다면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확정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수적 우위를 살리지도 못하고 득점 없이 비겼으니 신태용 감독이나 대표선수들은 별로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날 서울월드컵 경기장에는 6만 3,124명의 대관중이 들어차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을 펼쳤는데 기대한 결과를 보지 못했다.

이란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장 김영권.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렇게 허탈해 있는 축구팬들에게 '말이야 방구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무승부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김영권은 대표팀이 부진했던 원인에 대해 나름 생각을 밝혔다. "훈련을 하면서 세부적인 전술들을 맞춘 게 있었는데 경기장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 잘 되지 않아 연습한 걸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일단, 틀린 말은 아니다. 대표팀은 일부 해외파를 제외하고 일찍 소집돼 손발을 맞추며 열심히 훈련하고 전술을 짰을 것이다. 경기장에는 6만명 이상의 관중이 몰려들어 목이 터져라 응원했으니 선수들끼리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대표팀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골도 못넣고 수비 실수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권은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팬들의 함성'이 비록 플레이에 지장을 줬더라도 입에 담아서는 안됐다. 응원해주는 관중도 없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경기하라고 뽑아놓은 대표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관중 함성 때문에 소통이 안되고 가진 전술을 못 펼쳤다 하더라도, 발을 동동 굴러가며 목이 터져라 응원한 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열심히 응원해준 팬들에게 미안하다. 고개를 못들 지경이다"라고 대표팀 '주장'으로서 미안한 마음부터 드러내야 했다.

이란전에 한국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김영권.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이번에도 이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은 이란 원정경기에서 특히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한국대표팀이 이란 원정의 어려움을 얘기할 때 단골로 하는 변명이 있다.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10만명 가까운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에 주눅들어서'다.

그럼, 이란이 홈에서 강한 것은 홈팬들의 어마어마한 함성에도 서로 소통을 잘 하는 특별한 방법을 터득해서인가.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홈팬들이 열렬히 응원해주니, 선수들은 기를 받아 파이팅을 외치고, 한 발이라도 더 뛰게 되고, 책임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국가대표답게 플레이를 한 결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대표팀의 경기력에 실망한 팬들이, 주장의 맥빠지는 소리에 분노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대표팀과 김영권에게 이번의 졸전과 말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죽어라고 뛰어 경우의 수 따질 필요 없는 화끈한 승리 소식을 전하며 월드컵 본선 티켓을 가져오는 것이다. 팬들의 가슴에 생긴 상처를 조금이라도 쓰다듬어주는 길은 그것뿐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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