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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자유한국당, 야성 회복의 빅찬스 잡았다

2017-09-03 09:3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언론인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째 조중동 등 언론과 새 정부 사이의 허니문이 끝났다고 진단한 게 며칠 전인데, 다시 새 국면이다. 이번엔 제1야당이 정기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세상이 모두 알 듯 원인은 새 정부의 일방 독주의 정책과 정국 운영 때문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압박이 동티난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원하던 그림과 전혀 다른 쪽이다. 무기력의 극치를 보이던 제1야당을 깨워 싸우는 사자로 만들어 놓았으니 부담이 되는 쪽은 집권 여당과 새 정부가 분명하다. 우파 시민사회 등 새 정부에 비판적이던 세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란 점도 자명하다. 

당장의 정국 구도도 쉽게 풀릴 기미가 없다. 자유한국당은 MBC 사태 해결까지 보이콧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정기국회 첫 일정인 대정부 질문 반쪽 진행이 불가피하며, 김이수 헌재 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필두로 각종 법안 처리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관망세인 바른정당의 동참 여부도 관심이지만, 역시 명분을 쥔 것은 한국당이다. 

"전에 없던 언론탄압 폭거"

정우택 원내대표의 표현대로 "공영방송 사장을 체포하려는 작태는 군사정권에서도 유례없었던 일이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파기"라는 건 국민적 공감대가 넓다. 2일 의총에 이례적으로 홍준표 대표까지 참석해 대여 투쟁에 힘을 보탠 것도 자연스럽다.

이른바 적폐청산의 기치 아래 펼쳐지는 명백한 방송 장악 음모를 좌시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 상황을 1960년대 이후 박정희 정부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좌파 정권과 맞비교해 보라. 박정희 시절 경향신문 사장, MBC 사장, 대한일보 사장 등이 이런 저런 사유로 구속된 적이 있고 그걸  언론장악 시도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복합적이었다.

외려 김대중 정권이 조중동 사장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탈세는 핑계였고 햇볕정책에 비판적인 언론 길들이기라는 걸 우린 모두가 안다. 엊그제 문재인 정부는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노조의 고발에서 영장 발부까지 모두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반면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언론사 사장을 감옥에 보내는 일은 없었다. 언론과의 전쟁을 했던 노무현도 그러지는 않았다. 이걸 염두에 둔다면, 한국당의 강경 자세는 당연하다. 실은 이미 늦었다. 길거리로 뛰쳐나왔어야 했을 상황은 많았다. 일테면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를 이념편향이라고 지적했지만, 말만 말고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야 옳았다. 

지난 3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 '공범자들' 시사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관람객들이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왼쪽),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위원장과 함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국절 논란을 재점화함으로써 역사의 문제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 들였을 뿐더러 북핵 대응 문제에도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홍준표 대표의 말대로 "촛불승리 자축연"이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지적대로 대화 타령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면, 대통령이 가진 국가 수호 의무를 들어 더 따지고 캐물었어야 옳았다.

사실 조중동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미 어떤 임계치에 도달했다. 조선일보가 '또 대통령 일방독주 통치, 개헌밖에 없다'고 단정한 게 지난 7월의 일이었다. "취임 두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과거와 무엇이 다르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문 정부는) 일방통행 통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7월18일)했다.

당시 조선일보 지적이 이랬다. "비정규직 제로(0)에서 시작해 탈(脫)원전, 최저임금 대폭 인상, 4대강 보(湺) 개방 등 나라의 기본틀을 바꾸는 일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 국회와 협의도 없었고 여론 수렴 절차도 없었다. … 대통령 한 사람이 일방독주 하는데도 정치권을 포함해 아무도 견제하거나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그때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이 과연 어디에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실은 몇몇 정책 오류 차원을 넘어야 하고, 공영방송 장악 음모의 전체 구조를 염두에 둬야 옳다. 그래서 왜 새 정부가 도그마에 집착하는 민중혁명 정부인지를 밝혀내야 할 의무가 야당에겐 있다.

고영주 재판에도 당 화력 집중을

개혁으로 포장된 각종 정책의 뒤에 체제변혁-민중혁명의 소지가 있는지를 캐묻고 따져야 옳다는 뜻이다. 그점에서 MBC 사장 김장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도 문제이지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공판이야말로 이념적 실체 규명의 최대 호기라서 한국당이 더 큰 관심을 표명해야 옳다. 그래야 국민이 원하는 공정 재판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이사장은 며칠 전 공판에서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가 맞다"고 재확인했다. 공안검사 출신다운 팩트 확인이었다. 결정적으로 그게 국가수반인 최고 지도자의 이념 문제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한국당이 충분한 관심을 표했는지는 의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나 연방제 통일 주장, 주한미군 철수 유도 등도 우려되지만, 대통령 취임 뒤 정말 우릴 걱정시켰다. 사드 배치를 불허 등 북한에 유리한 발언과 행위의 반복은 정상적인 통치행위에서 멀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금 상황에서 대여 강경 투쟁의 유리한 상차림이 다 차려졌는데, 한국당은 과연 제대로 움직일 것인가? 

그게 관건이다. 당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죽고 사는 차원이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떠나 언론노조에 포박된 비정상적인 언론환경과 왜곡된 지식정보 체계 전체를 바로 잡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걸 염두에 두자면, 당 내에 방송장악저지투위를 발족시켰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투위의 확대개편을 포함해 언론 문제와, 문 대통령의 이념 문제에 당의 화력을 집중시켜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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