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높은 단계의 수소탄을 개발했다고 공개하면서 앞으로 6차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에 나설 우려가 커졌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주로 기념일에 맞춰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정권수립 69주년인 오는 9일(9.9절)이나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 등을 계기로 삼아 이르면 9월 안에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수소탄 개발로 더 높은 단계의 핵무기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화성-14형’ 핵탄두 수소탄이라고 쓰여진 핵탄두 개념도와 은색의 핵탄두 모형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무기연구소에서는 핵무기 병기화에서 일대 전환을 일으킨 데 대한 노동당의 전략적 의도에 맞게 최근에 보다 높은 단계의 핵무기를 연구제작하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핵탄 위력을 타격 대상에 따라 수십킬로톤급으로부터 수백킬로톤급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고 했으며, “거대한 살상파괴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전자기펄스)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국방연구원 출신의 탈북자는 “북한 미사일에 화성 이름이 붙은 것은 전략무기”라고 말했다. 전략무기는 전쟁을 할 때 상대국가의 군사 기지, 산업 시설 등을 공격하는 데 쓰는 무기로 전력을 차단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개 5500km 이상의 사정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에 적용한다.
또 이 탈북자는 김정은이 최근 ‘태평양 군사작전’을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군의 추가 지원을 차단하고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작전으로 사실상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상으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뒤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특히 화성-12형이 세 조각으로 갈라져 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진 것과 관련해 여러개의 탄두를 각각 다른 목표에 낙하시키는 PBV 시험으로 기술 축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의 병기화 주장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미사일을 총 9회 16발 발사했고, 이중 북극성-2형(MRBM)이 1차례, 화성-12형(IRBM)이 2차례, 화성-14형(ICBM)이 2차례 포함됐다.
북극성으로 불리는 미사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북극성-2형과 북극성-3형은 수중대 지상으로 개발한 것이어서 위협적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이 6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그들의 주장대로 핵탄두의 소형화와 다종화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실시한 5차 핵실험은 핵탄두 폭발 실험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앞으로 핵무기 대량생산을 추진하면서 핵폭탄의 위력을 향상시키고 EMP탄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6차 핵실험을 조만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관련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은 16kt이었는데 북한은 그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을 가진 핵폭탄까지 개발했다는 것”이라며 미국 미사일 전문가인 핸리 쿠퍼 전 전략방위구상(SDI) 국장이 지난 6월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한 기고문을 소개했다.
그는 기고문에서북한의 핵EMP 기술과 관련해 “미국 의회 EMP위원회 조사를 통해 2004년 러시아의 EMP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EMP는 상대적으로 정확성의 부담이 적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김정은 정권은 첫 번째 공격수단으로서 직접적인 핵미사일보다는 핵 EMP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인명을 살상하지 않으면서 수㎞에서 수백㎞까지의 광범위한 지역의 적지휘통제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의 기기를 무력화(파괴)할 수 있는 EMP(Electro Magnetic Pulse)탄까지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