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 양강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함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한 책임 및 규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의 반영 없는 법적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발전적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 양강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함에 따라 이들 기업에 대한 책임 및 규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4일 ICT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네이버, 카카오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준대기업집단이란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의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을 뜻한다.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과 비교했을 때 한 단계 낮다.
하지만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상장사의 중요 사항 공시나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공시·기업 집단 현황 공시 등의 의무를 갖는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준대기업집단으로 선정되면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정부의 감시도 한층 엄격해진다.
양사 중에서는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공정위가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에 포함시키면서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총수)로 지정한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동일인 지정은 네이버의 주인을 이해진 창업자로 보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이해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를 네이버 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창업자는 4%대의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친인척의 지분도,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을뿐 아니라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계도 확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한 것에 반발해 행정 소송까지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카카오는 기업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어떤 형태의 이의도 제기할 생각이 없다”며 “카카오는 법에 규정된 준대기업집단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번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됐던 점도 결과에 수긍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부당함을 항변, 두 달여만에 지정에서 해제됐다.
ICT업계에서는 IT 기업의 성공 신화를 써 온 두 기업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현재 기업 집단 지정 제도는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집단이 순환 출자,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1980년대 만들어진 낡은 법을 잣대로 ICT 기업을 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ICT업계 한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민간 기업에 국가가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플랫폼 독점에 따른 지배력 전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