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은 이번 6차 핵실험 이후 “ICBM에 장착할 수소탄 완전 성공”이라고 밝혀 문 대통령이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밟았다.
‘북한 핵동결을 조건으로 대화에 나선다’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으로 대표되는 대북정책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단 북한이 핵개발을 멈춘다면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간 에너지‧자원벨트 구축과 북중러 접경지역 중심 공동개발사업 등 경협을 재개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대북정책으로 제안했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시작으로 관계를 개선한다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시대도 열릴 것으로 내다보는 장기계획이다. 이를 위해 취임 초 직접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우선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대북접촉을 최대한 허용했다.
하지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7월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발표한지 9일 만인 7월15일 "평화의 미명하에 늘어놓은 전반 내용들에는 외세에 빌붙어 동족을 압살하려는 대결의 저의가 깔려있다“며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이 독일에서 발표된 것을 두고 “독일통일과 같은 흡수통일을 노린 것”이라며 비판했지만 속내는 ‘통미봉남’에 있었다.
이미 핵보유국에 근접한 북한으로서는 남한에 아쉬울 것이 없으므로 미국과 통큰 담판을 벌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이미 5차례 핵실험을 실행한 북한의 시간표를 읽지 못했거나 간과한 채 ‘한반도 운전석론’만 주장한 것으로 대북정책에서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정책에서 엇박자를 내는 것과 동시에 한미FTA 폐기 위기에까지 봉착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FTA 개정을 공식 제기한 뒤 한미간 첫 논의가 있었지만 진척이 없자 지난 2일(현지시간) 전격 한미FTA 폐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비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한미FTA마저 폐기되면 한국 경제 회복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내가 말한 대로 대화 등 유화책을 쓰고 있는 한국의 대북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은 하나(대화) 밖에 모르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볼 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동의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서는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때 동맹국가의 도음이 절실한데 지금 안보는 물론 경제 문제에서도 한미 정상간 엇박자를 내고 있으니 동맹이 와해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북한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트럼프 정권의 새로운 미국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시진핑 정권의 중국과의 관계도 풀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 전 공약했던 통일외교정책이 취임 이후 달라지거나 지켜지지 못하면서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새벽 일본 상공을 지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다음 도발은 핵실험일 것이라는 예견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훨씬 앞당겨 핵실험이 이뤄지면서 북한이 연거푸 추가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다음 도발은 ICBM급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예견되고 있으며, 이로써 북한은 핵보유국을 선언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더 이상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없다는 말도 나오면서 이제 실전만 남았다는 관측이 돌고 있다.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이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한 뒤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 수단을 동원하도록 지시했다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회의 직후 발표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에 동원한 군사적인 옵션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미국은 다른 옵션에 더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4일 밤 뉴욕에서 진행될 예정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는 추가 대북제재가 논의될 예정으로 대북 원유 수출금지나 북한의 석유제품 및 해외 노동자 송출 전면금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 은행, 개인 등에 대한 제재를 의미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 것으로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앞두고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압박 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일단 북한을 경제적으로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추가 도발을 억지할 계획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남북대화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엄중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월27일 북한 6차 핵실험을 두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에 비유한 대로 ‘레드라인’을 선언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