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제공=KB금융지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계열사 노동조합이 현재 진행 중인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금융가에선 윤 회장의 연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노조 반발'이라는 암초와 마주하면서 윤 회장의 연임은 좌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노조는 현재의 절차가 현직에 유리한 구조라며 "날치기 회장 선임절차"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절차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전면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5일 KB노동조합협의회에 따르면 윤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20일 완료됨에 따라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마련한 경영승계규정에 따라 내부출신 18명, 외부인 5명 등 총 23명의 후보군을 구성하고, 오는 8일 확대위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군 평가와 압축작업을 진행한다.
KB노협은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참여하고,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현직에 유리한 구조인 만큼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현재 KB금융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제왕적 최고경영자(CEO)"라며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회장 눈치만 보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노협은 우리사주를 위임받아 새 사외이사로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출신으로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인수되기 전 노조 추천으로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은 물론 독립적으로 경영진 이사의 직무집행 감사와 감독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KB노협은 경영승계 절차에 대해서도 "회장과 은행 부행장이 심사위원회에 참여해 경영승계규정이나 공무절차도 없이 헤드헌팅 회사에서 추천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후보군을 선정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지난해에 못 미칠 정도로 퇴보했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이 선임된 지난 2014년 인선 당시에는 회장추천위원회가 100여명의 전체 후보군을 16가지 항목으로 CEO 후보 자격기준을 평가하고, 심층면접 구성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후보 본인 동의하에 압축후보군 명단을 공개하고, 주주나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한 '회추위 간담회'진행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B그룹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회추위에 비해 이번 확대위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어 보인다"며 "현재 진행 중인 선임절차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박홍배 전국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KB금융 주주로서 지주정관, 이사회 관련 규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KB금융의 지배구조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측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준수했다고 일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법상 CEO의 자격 등 경영승계에 관한 사항을 각 사의 지배구조 모범규범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KB금융지주도 지배구조위원회 규정과 경영승계 규정에 이를 반영했다" 며 "홈페이지나 반기보고서, 연차보고서 상에 이를 공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의 날치기 일정에 가깝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KB금융 경영승계규정에는 회장 임기만료 최소 2개월 전에 승계절차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는 주총 개최 등 절차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을 명시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