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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극동개발이 북핵 근원적 해법…한·러가 시작"

2017-09-07 14:50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9개의 다리를 놓는 동시다발적 협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신북방정책을 소개한 것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신동방정책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 막혀 실현하지 못했던 남북러 3각 경제협력사업을 한국과 러시아가 먼저 시작하고자 한다며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극동개발사업에 동참한다면 핵없이도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0여개 국가에서 4000명 이상이 참석한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한국의 신북방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전날 푸틴 대통령과의 한러정상회담 결과에서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먼저 “극동지역을 포함한 북방지역과의 경제협력 의지가 확고하고, 임기 중에 러시아와 더 가깝게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의 신북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 하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한국이며, 한국이 추진하는 신북방정책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그동안 남북관계의 어려움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던 사업들을 포함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 우선하는 목표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세계 최초의 쇄빙 LNG운반선 15척을 수주해 1척을 건조해 인도 완료한 일을 소개하면서 “이 배는 이미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한국의 충남 보령항까지 쇄빙선의 도움 없이 운항에 성공했다.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거치는 남방항로에 비해 운송거리, 운송시간, 운송비용이 무려 3분의 1이나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LNG를 연료로 하는 대형 유조선을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일을 말하면서 “쇄빙 LNG운반선과 LNG 연료 유조선은 세계가 러시아의 LNG를 수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러시아 가스의 이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나아가 한국의 조선기업들은 러시아와 합작사를 설립해 쯔베즈다 조선소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와 한국의 조선과 에너지 협력은 이미 시작됐고 세계를 바꾸고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이 한국까지 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약속대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했다”며 “한국이 북방경제협력 전담 기구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극동개발부에 대응해서 한국도 극동개발 협력을 위한 국가체제를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의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러시아 및 다른 동북아 국가들의 관련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극동지역 개발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도 한국은 보다 견고하고 영속적인 북방협력의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과 FTA를 조속히 추진하기를 희망한다. 이와 함께 한국은 광역두만개발계획(GTI) 같은 다자간 협력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나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9-Bridges 전략)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루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을 이어간 문 대통령은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분야에서 협력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와 협력하여 투자기업의 금융활용가능성을 높이는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오후 (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 마련된 언론발표장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특히 철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우리 한국인의 역사와도 함께 한다.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종황제의 특사 이준이 이 열차를 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이 열차를 타고 베를린까지 갔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철도와 TSR의 연결은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을 이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EU처럼 동북아경제공동체와 다자 안보체제로 발전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전력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경제번영과 평화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안보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가지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을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극동지역을 ‘환태평양 시대를 주도하는 역동의 협력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런 차원에서 북핵 문제는 극동발전을 위한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하면서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핵 없이도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개발을 성공시키는 일 또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을 위해 그간 논의되어 온 야심찬 사업들이 현재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힘을 합쳐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물론 북한이 시작부터 함께 하면 더 좋은 일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해 이러한 사업들에 동참하기를 절실하게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2월 평창에서 개최되면 동계올림픽을 강조하는 것으로 기조연설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전통적으로 동계스포츠의 강국이자 직전 소치 동계올림픽을 주최한 러시아 국민들이 더 많이 찾아주시길 희망한다”면서 “푸틴 대통령도 평소 스키와 아이스하키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창에 와 주시면 자연스럽게 한‧러 연례 정상회담이 복원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을 평창으로 초청했다.

이날 동방경제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과 러시아의 다양한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종황제의 특사 이준과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탄 것 외에도 한국문학 탄생의 배경이 됐던 사실도 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함께 극동과 사할린을 문학에 담아낸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을 한국인은 매우 사랑한다”며 “한국의 근대소설가 이광수의 작품 ‘유정’은 시베리아와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 조명희는 연해주에서 살면서 이곳의 삶을 소설로 썼다. 그의 문학비가 지금 극동연방대학 악사코브스카야박물관(과학박물관) 앞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나는 오래되고도 깊은 양국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며 “우리는 극동지역에서 함께 도우며 살아간 공통의 추억과 경험이 있다. 그 추억이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힘이 될 것이다. 그 경험이 더 큰 발전을 이끌어낼 기반이 될 것”이라고 한러간 우호 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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