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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신세…기업이 정권에 당당하지 못한 이유

2017-09-08 10:5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전·현직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요직에 대거 발탁됐다. 그래서인지 시민단체로 '권력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행정부 국장이 시민단체를 방문해 정보공유는 물론 협조를 구한다. 기업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씁쓸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철학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이는 반기업·반시장적 정책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기업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시장친화적 싱크탱크'가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현 정부 들어 기업친화적 철학을 전파하던 단체는 활동이 위축되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권의 '귀염둥이'가 되려 하는 것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감옥에 간 이유도 어쩌면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에선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은 정권에 당당하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반기업 정책 움직임이 감지되면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대표적인 곳이 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다. 이곳은 기업들이 힘을 합해 기업의 논리를 설파하는 기관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권력과 무관하게 이들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전파, 추진한다. 발표 논문 수준 또한 세계적이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도 미국처럼 정권에 당당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현실은 기업 친화 정책은 '갑질'로 둔갑되기 일쑤고,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이다.

이제라도 당당히 이야기해야 한다. 기업은 시장경제의 꽃이며, 대한민국이 번영하기 위해선 친기업적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혹시라도 정권 눈밖에 날까 노심초사하며 '귀염둥이' 역할을 자처한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기업이 비굴해서 그런가?

필자는 그 이유를 '경제자유'에서 찾고 있다. 미국 기업처럼 당당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경제자유'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제자유 수준에 의해 승패가 결정된다. 경제 자유가 높을수록 국가 경제가 번영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경제자유 수준은 한 국가의 경제수준을 결정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경제자유는 결국 법제도를 통해 구체화된다. 따라서 경제자유 수준을 알기 위해선 법제도를 알아야 한다. 법제도는 정부가 만든다. 경제자유와 정부가 만든 법제도와의 관계를 통해 경제자유 수준의 차이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경제자유가 모두 허용된 사회다. 쉽게 표현하면, 기업이 활동하는 거대한 바다가 모두 경제자유다.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정권에 당당해 질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지만 반기업 정서와 반시장적 규제 천국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며 기업을 통해서 국가의 경제번영을 이룰 수 있다. 이제라도 '규제우선제도'가 아닌 '자유우선제도'로 법 체계를 뜯어 고쳐야 한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주요기업인의 간담회에 앞선 '칵테일 타임'. 왼쪽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상의회장. /사진=연합뉴스


법체계, '규제우선제도' 아닌 '자유우선제도'로 개선돼야

미국의 법체계는 '자유우선 법제도(negative system)'다. 이는 경제자유를 제약하는 규제가 필요할 때 구체적으로 암초를 명시하는 법체계다. 반면 한국은 정 반대다. 경제자유는 정부가 제대로 멍석을 깔아줘야 실현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 기반 위에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가능하다. 정부가 만들어주기 전에는 모든 게 규제다. 이른바 '규제우선 법제도(positive system)'다.

미국 기업이 정부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경제자유'가 보장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구태여 잘 보일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경제자유에 따라 창의력을 펼쳐 나가면 된다. 그러나 한국은 규제가 디폴트인 사회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선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해도 좋다'는 법 조항이 명시돼야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국보다 비굴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경제자유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지금같은  법제도 하에선 비굴해지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만 경제활동이 보장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 정부와 가까운 시민단체 출신들을 채용하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의 문제는 비단 지금 만의 과제가 아니다. 정권은 계속 바뀐다. 어떤 정부에서든 기업 고유의 활동이 유지되고 보장되기 위해선 '법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경제 자유를 담는 법체계라야 기업이 살고 대한민국 경제도 산다. 경제자유가 디폴트로 작동하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우선 법제도(negative system)'로 가야 한다. 경제자유를 담는 그릇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은 정부에 당당해질 수 없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다. 기업을 통해서 국가의 경제번영을 이룰 수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정부와 무관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경제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세계 각국은 4차 혁명을 선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래 경제는 그 혁명을 어떻게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4차 혁명은 기업이 주축이 돼야 한다. 기업이 역동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조하기 위해선, 경제자유를 담는 그릇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급선무이자 최우선 과제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현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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