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결정적 순간에 등장해 스스로를 망치고 국가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북핵 위기의 순간에도 예외 없으며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 상황에서도 본질을 직시 못한다. 며칠 새 자신의 그런 처지를 증명을 해보인 정치적 얼간이 셋이 등장했는데 집권여당, 청와대, 가톨릭 3개 부문에 두루 포진했다.
어리석을뿐더러 위선적인 그들의 선두는 민주당 대표 추미애. 그는 정기국회 대표 연설(4일)에서 "어느 순간 북·미, 남북 대화가 열리는 장래를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미국 특사를 파견하자"고 주장했다. 북한이 쳐다보지 않는 대화 구걸 행각의 반복인데, 그는 대통령의 방미 전에도 "사드 배치하면 전쟁 난다"는 발언으로 악명 높다.
그런 상황 속에 꼴뚜기도 뛴다. 통일외교안보 특보 문정인의 경우 중앙일보 인터뷰(9일)에서 "(한국정부가)북한 비핵화란 목표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이없다. 3개월 전 한미연합훈련 축소 발언으로 청와대의 경고까지 받았던 그는 여전히 상황변화를 읽지 못하며 딴소리다.
추미애-문정인-함세웅의 공통점
하지만 추미애-문정인 둘이 달려들어도 하나를 못 이기는데, 그게 가톨릭 신부 함세웅이다. 시대착오적 단순무식함은 단연 그만의 특징인데, 그는 한 좌파매체에서 이런 헛소리를 했다. "우리는 우선 미국을 극복해야 합니다-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
글의 제목 그대로다. 내용은 더한다. 예전 김영삼 대통령 최악의 발언 인용에 이어 그는 한미방위조약 문제점 공론화, 군사불평등 관계 근본적 해결 자주 회복의 길 모색 등을 거론했다. 한국가톨릭이 이 지경까지 왔나? 자탄이 나올 판인데, 추미애-문정인- 함세웅의 공통점이 있다.
셋 모두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고, 남북관계가 역전됐다는 사실에 애써 눈 감는 인지부조화가 심각하다. 결정적으로 성장이 멈췄다. 한반도 전술핵 때문에 민족 생존이 위험해졌다며 반전-반핵 구호를 외치던 80년대 운동권 수준이다. 그들뿐인가? 지난 주 송영무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언급할 때 "저 ×× 잘라 버려!"라며 욕설을 해댔던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그 수준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주한미군이 7일 오전 사드발사대 4기의 성주반입을 마무리했다. 북핵은 초장부터 체제보장용이 아니라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노리는 공세전략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이제라도 전술핵 배치 등으로 핵 공포에 대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그들은 전술핵을 들여놓으면 북한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어설픈 논리를 펴는데, 어리석은데다 위선의 극치를 달린다. 심할 경우 북핵을 미국 위협으로부터 북한을 지키려는 체제보장용이라고 속으로 믿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심한 지적이 아니다.
그게 지난해 성주의 30대 여성이 "북핵은요, 저희하고 남쪽하고 싸우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라며 마이크 대고 떠들던 헛소리다. 현대사의 진실과 북핵의 실체에 눈 감는 이들에게 김일성의 육성을 그대로 들려드리고 싶다. 그는 6.25전쟁 휴전 3년 뒤인 1956년 과학자들을 옛소련에 보내 핵개발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핵무기만 손에 넣으면 미국에 대해 '주한미군을 희생시킬 것인가, 철수할 것인가?'를 선택하라고 협박할 수 있다. '뉴욕이나 워싱턴에 핵공격을 받을 것인가, 그걸 피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파기할 것인가?' 둘 중의 하나를 붙잡으라고 위협할 수도 있다."
김정은 "하늘 무너져도 핵 포기 없다"
더 이상의 증거가 더 필요한가? 북핵은 초장부터 체제보장용이 아니라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노리는 공세전략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그런 속내가 김정일의 선군정치 노선을 거쳐 드디어 3대째인 김정은의 입으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5월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그는 이렇게 호언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우린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린 항구적 핵보유국이며, 이젠 서울을 해방하고 미국을 없앨 것이다." 며칠 전에는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는 확정적"이라고 떠벌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가 천사처럼 비핵화 명제를 내걸고 호소하면, 저네들이 "아, 네" 하고 미소 지으며 화답해올 것이라고 당신은 지금도 믿고 있는가?
차제에 2013년 북한 외무성이 이렇게 언명했음을 일깨워 주려 한다. "세계가 비핵화되기 전에 북한은 비핵화 논의를 거부한다." 거듭 말해 북핵 완성이란 김일성 이후 3대에 걸친 꿈의 완성이자, 전지구와 문명세계를 대상으로 한 악마적 위력의 발휘다.
이런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려 하는 건 최악의 관념의 사치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주장을 반복한다는 건 적을 이롭게 하는 여적죄의 혐의마저 있고, 만시지탄이지만 방향전환을 검토 중인 문재인 정부와 엇박자를 내는 눈치 없는 행동이다. 또 하나 김영삼-함세웅 류의 어떤 동맹이 민족보다 좋을 순 없다는 헛소리는 사실 언급할 가치도 없다.
상식이지만 혈연적 민족 타령이야말로 근대 이전 세계로의 퇴행에 다름 아니다. 근현대 국민국가(nation-state)의 정상적인 구성원이라면 국민과 국가를 충성의 대상으로 삼는 게 기본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민족타령을 하는 건 '우리민족끼리'의 좌익에게 적화통일에 구실을 안겨줄 뿐이다.
"북핵 위기는 20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동안 우린 국가로서 제대로 작동 안 됐다"고 지난 번 칼럼에서 나는 그렇게 밝혔는데, 오늘 그 명제를 재확인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술핵 논의 와중에 아직도 정신없는 정치적 바보들부터 걸러내야 옳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