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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썼다는 '신격호 평전' 출판 안 될 수도

2017-09-11 16:43 | 김영진 부장 | yjkim@mediapen.com

지난달 25일 출간 예정이었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평전 '나의 아버지 신격호'./사진=21세기북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 대해 저술한 평전 '나의 아버지 신격호'의 출간이 잠정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SDJ 측은 이 책을 지난달 25일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시중에서 이 책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 책의 출간 과정에서 신동주 측과 민유성 전 SDJ코퍼레이션 고문(전 한국산업은행장)이 갈등을 빚었고 결국 이들이 갈라서게 된 결정적 계기로 보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해 저술한 저서 '나의 아버지 신격호' 출간이 잠정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SDJ코퍼레이션과 이 책의 출판사인 21세기북스는 지난달 18일 이 책의 출판 소식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되도록 이 책을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디앤루니스 인터넷 서점에 이 책이 올라와 있지만 예약판매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21세기북스 측은 "내부적으로 출판 일을 조율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그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21세기북스는 국내 메이저 출판사 중 한 곳이다. 이런 큰 출판사에서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책의 출판을 연기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책의 출판 시기와 내용 등에 있어 민유성 전 고문과 신 전 부회장이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없지만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신 전 부회장이 이 책의 감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당초 주장하던 내용과 모순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 전 고문을 비롯한 SDJ 관계자들은 지난달 29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4개사의 임시 주주총회 이전에 이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서둘렀다는 것이다. 

SDJ는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회사지만 변호사, 홍보대행사 심지어 소액주주까지도 모두 민 전 고문과 관련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의 기획 및 출판사 선정 등도 민 전 고문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신 전 부회장이 이 책을 직접 집필했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당초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쓴 것인데 책에는 "신 명예회장이 2010년부터 예전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고, 2013년 12월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넘어져 전신마취를 하고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부터 "기억의 커튼이 내려가기 시작했다"고 기술돼 있다. 

SDJ측은 신 명예회장의 건강함을 보여주기 위해 바둑을 두는 모습이나 직접 걸어서 법원에 가는 모습 등을 언론에 보여주기도 했다. 당초 이런 주장과 책의 내용들이 맞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출판이 연기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현재 일본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책 내용들이 재판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어 민 전 고문과 갑자기 결별하게 된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고문과 자문 계약을 해지한 이상 이 책의 출판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책 내용이 대폭 수정되든 아니면 아예 출판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롯데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지금껏 광윤사 대표이사 자격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요청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광윤사 대표이사 자격까지 박탈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책이 출판되고 공론화되고 거기에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해 급작스럽게 출판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과거 신 명예회장에 대한 평전을 책으로 엮을 계획도 있었으나 신 명예회장 스스로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며 "신 명예회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분명 있어야하겠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출판 작업이 과연 '아버지의 뜻'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SDJ코퍼레이션에 2015년부터 현재까지 270억원 이상을 거의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다. 매월 약 12억원이 민 전 고문이 대표로 있는 사모투자펀드회사인 나무코프에 자문료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SDJ에서 일했던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 법무법인 두우의 조문현 변호사, 홍보대행사 에그피알 홍순언 대표 등도 모두 민 전 고문과 경기고 동창이자 선후배 등으로 깊이 얽혀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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