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국내 타이어 업계 최대 고객사인 현대기아자동차의 올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타이어 업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5.4%로 이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9위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내수와 수출 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하락하는 가운데 최근 부품업체 납품 지연으로 중국에서 현지 공장이 일시 중단되는 등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 '벤투스 S1 에보2' 제품과 넥센타이어 '엔블루 HD Plus' /사진=각사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최근 포르쉐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와 고성능 타이어 등 신차용 타이어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어 이같은 현대차의 영향을 거의 피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 ‘뉴 RS5 쿠페’와 오펠 '인시그니아'에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S1 에보2(Ventus S1 evo²)'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최근 BMW M시리즈의 M4 GT4에 이어 아우디 RS시리즈 등 수입 완성차 브랜드와 신차용 타이어 공급 계약을 꾸준히 체결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한국타이어가 벤츠와 BMW·아우디·테슬라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며 현대자동차그룹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50여개 완성차 브랜드 300여개 차종에 OE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은 폭스바겐, 포드 등 수입차 비중보다 월등히 낮다"며 "현대차도 몇년 새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국내보다는 수입 타이어 채택 비율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넥센타이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폭스바겐의 '폴로'와 '티록' 등 2개 차량에 신차용 타이어(OE) '엔블루 HD Plus'를 공급하고 있다. 앞서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2월 포르쉐 카이엔에 ‘엔페라 RU1’ 등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었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3사 중 투자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주요국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고,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페라리·다임러·테슬라 등이 투자했다. 지난해 공급한 ‘엔페라 RU1’ 타이어를 적용한 포르쉐 카이엔의 해외 판매 성적이 좋았던 점이 투자 유치에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넥센타이어의 내수 점유율은 2005년 15%에서 지난해 25%로 올라섰고, 수출국은 140여개국에 달한다. 2018년 체코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도 5300만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수년 동안 현대차와 거래 비중 낮추고 글로벌 수입차와 거래를 늘린 만큼 현대차의 실적이 낮아진다고 타격을 받지는 않을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최근 현대차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계기로 작용해 납품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는 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수입차에 고성능 타이어 마제스티 등을 공급하고 있지만 현대차 납품 비중이 타사보다 높다고 알려졌다.
실제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의 현대기아차 납품 비중은 30%에 달한다. 올 초 중국 사드 보복으로 현대차 생산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현실적인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호타이어는 또 현대차의 첫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납품 계약도 사실상 체결하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코나에는 수입 타이어 업체인 콘티넨탈, 굿이어와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타이어업체들은 국내 완성차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체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며 "국내 타이어 납품 비중이 높은 고객사인 현대차의 위기가 현실화되자 그동안 의존도에 따라 매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