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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선제타격의 귀신 이스라엘에서 배우는 지혜

2017-09-14 10:5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언론인

지금 생각해도 천추의 한이 7년 전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우리의 무기력한 대응이었다. 아래는 잘했지만 청와대와 군 수뇌부는 북한 도발에 지리멸렬했다. 연평도 포격이 이뤄지는 그 순간 우리 공군의 최신예전투기 F-15와 F-16이 8대 떠있었다. 이들은 NLL을 넘어갈 필요도 없이 고성능 유도폭탄을 발사해 적진 깊숙한 곳을 때렸어야 정상이었다.

언론인 조갑제가 책 <이스라엘식으로 살기>에서 밝힌 대로 그렇게 해서 당시 적의 해안포대를 몽땅 쓸어버리고 인민군의 낡은 미그23을 격추시키라는 명령을 당시 청와대가 내렸더라면,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지금의 남북관계 역시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나는 자신한다.

불타는 적의 해안포 진지와 미그기 추락을 TV 화면으로 지켜보는 걸 계기로 패배주의에 몽롱해진 5000만 명의 눈빛이 확 바뀌었을 것이다. 우리 군도 사생결단할 줄 아는 진짜 군대로 일어서겠지만, 결정적으로 북한이 지금처럼 날뛰지 않게 쐐기를 박아주는 효과 역시 무시 못했다. 그래서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 거듭 아쉬운데, 지금이 훨씬 더 문제다.

국방을 아웃소싱한 희한한 나라, 한국

북핵이 사실상 완성된 지금에야 우린 겨우 사드 배치했을뿐, 전술핵 재배치는 도무지 진척이 없다. 정말 물을 건 따로 있다. 왜 북핵 시설과 김정은 등에 대한 선제타격은 언제나 미군의 몫이고, 우린 쏙 빠지려드는가? 국방을 외주(外注)준 나라의 얼빠진 정신상태가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뿐이다.

못난 우릴 위해 중동국가의 핵 시설 선제타격의 명수로 등장해 결국 자기 자신을 지키는데 성공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례를 음미해봐야 한다. 중동 인구 대비 50분에 1밖에 안 되는 저 나라의 국가생존은 주변의 외적과 감히 맞서 싸우겠다는 감투(敢鬪)정신 때문이다. 그 맥락에서의 핵 선제타격 공격은 두 차례인데, 최근의 사례가 10년 전이다.

우선 2007년 9월 이스라엘 공군기 F-151s 등 4대가 건설 중인 시리아의 원자로 시설을 완파했다. 그게 핵 시설인지 여부를 놓고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공격 전 자기 군 요원을 비밀리에 파견해 기지 주변 흙 샘플까지 채취해 확인을 마친 뒤였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월3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뒤 안내판에 ICBM급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라고 적혀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증거를 토대로 미국 공격을 요청했으니 저들이 멈칫거리자 직접 때렸다. 레이더 기지 정밀 폭격으로 시리아의 방공 시스템를 무력화한 뒤 핵 시설을 요절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희한한 건 시리아 반응. 한 달 가까이 폭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쉬쉬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시리아엔 핵 제조시설이 없다는 게 저들의 공식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얻어터지고도 아얏 소리 못한 게 시리아였고, 결국 이스라엘은 이웃 적성국가 핵 개발의 싹을 선제적으로 잘라내 버린 것이다. 그 전에도 핵 시설 선제타격은 한 번 더 있었다. 1981년 6월 바그다드에서 가까운 곳(오시라크)의 이라크 원자로를 날려버린 대담한 폭격이 그것이다.

사담 후세인이 그 훨씬 이전부터 핵 개발을 공언하자, 바로 때려 버린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미국을 통해 건설 중단을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게 통하지 않자 비밀작전을 펼친 것이다. 공군기를 통한 폭격 직전에 이스라엘은 이 핵무기 제조에 투입된 이집트 과학자 엘마사드를 암살하는 등 전 역량을 기울였다. 폭격 타이밍도 절묘했다.

이라크가 이웃 이란과 전쟁 중인 틈을 타 방어가 허술해지자 30m 저공비행으로 작전지역에 침투해 핵 시설을 모조리 파괴했다. 그때 400명의 과학자가 오시라크에서 핵무기를 개발 중이었고, 폭격 받기 전까지 4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그걸 완전 쑥대밭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물론 우린 잘 알고 있다. 당시 유엔 안보리가 "국제 규범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이스라엘을 비판했고, 미국도 동조했다. 그럼 이스라엘은 비판 받아 마땅할까? 안 그렇다.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한 나라의 안보다. 실제로 미국 대통령 클린턴도 훗날 "후세인 핵 개발을 막은 건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제규범보다 중요한 게 국가 생존

그때 이라크의 핵 개발 의지가 크게 꺾인 뒤 핵 개발은 사실상 끝났다는 게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의 전언인데, 지난 20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이스라엘과 정반대 쪽이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북한의 사기 전략에 말려들어 미군의 전술핵을 스스로 철수시킨 게 시작이다.

김영삼은 북이 핵폭탄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헛소릴 했다. 김대중은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능력도 없다. 내가 책임진다"는 말로 악명이 높다. 최악의 발언은 당연 노무현의 것인데, 그는 "북한 핵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했으니 북핵 사태의 과정은 그야말로 국가 실패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탓만 하면 안 된다. 최강대국 미국이 최첨단무기 사드를, 그것도 공짜로 주겠다는데 한국인들은 결단코 배치 못한다고 생떼를 부려왔다. 조영환(올인코리아 대표)의 말대로 "죽지 못해 안달이고, 노예로 살지 못해 환장한 수준"(2016년 10월 바른언론연대 토론회)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대체 왜 우리는 자기운명을 개척하지 않으려 하는가? 온통 좌익이념에 매몰돼 정신이 몽롱해졌고 국가생존보다 더 큰 가치는 없는데 모두가 마이동풍인가? 참고로 이스라엘은 현재 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핵 보유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더욱 존재감을 높인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도 거부한다.

지금 상황에서 우린 절실하게 되물어야 한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등장했으며, 5000만 한국민이 인질로 잡힌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이스라엘처럼 하면 된다. 이스라엘과 꼭 정반대로 움직이는 정치인과 여론의 향배를 완전히 뒤바꿔놓아야 비로소 승산이 있다. 조국은 포기란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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