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롯데마트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중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112개 점포 중 78%에 달하는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고, 나머지 25개 매장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 롯데쇼핑이 중국 마트 사업에 3600억 원을 지원하고, 지난달 추가로 3억달러(약 34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중국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4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두 달 정도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롯데는 중국에서 2만5000명의 현지인을 고용하는 등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며 중국 사업 철수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 잔여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하고 중국 측이 이에 대해 항의하는 등 한중관계가 완화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회장은 사드보복 피해에도 불구, 초기에는 중국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치졸한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고육지책으로 철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청와대홈페이지
롯데마트는 현지 노동법에 따라 직원들에게 정상임금의 70%를 지급하고 있고 매달 매장 임차료를 내는 등 월평균 9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소요하고 있어 연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피해액이 약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사업을 지속하고 싶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해 어렵게 됐다"면서 "매각 절차가 진행중이고, 전 매장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롯데마트 철수를 계기로 나머지 롯데 계열사도 철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국 현지에서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롯데백화점·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리아·롯데슈퍼(마트와 통합운영)·롯데호텔·롯데캐피탈·롯데시네마 등 22여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당초 중국 롯데마트 일부 매각·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사업포트폴리오 상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으나, 일주일도 되지않아 상황이 바뀌었다.
롯데마트가 중국시장에서 철수키로 한 것은 연말까지 1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마트 부분은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하에 위약금 등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철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전 매장 매각을 포함한 매각 방안을 골드만삭스와 협의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계열사 철수에 대해서는 "타 계열사는 롯데마트와 달리 점포 수도 많지 않고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적자 폭이 크지 않다"며 "이번 조치가 전 계열사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3조 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의 공사가 수개월째 중단된 상태이며, 청두에 1조 원을 투입한 복합단지 프로그램 또한 백화점 등 상업시설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타 계열사 철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한편 청와대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금은 북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WTO 제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